ADVERTISEMENT

"한국당 왕따"였다는 이자스민, 정의당도 19대 국회때 '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의원의 자유한국당을 탈당 및 정의당 입당은 주말 내내 정치권을 달궜다. 불을 지핀 것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글이다. 금 의원은 2일 “2012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이주여성인 이 전 의원을 비례대표에 공천한 것은 혜안을 보여준 일”이라며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민주당이 먼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뼈아픈 실책’이라며 “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만 하는 우리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한국당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의정 활동에 비하면 분위기가 부풀려지는 경향도 있다”며 불만스런 반응도 나온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전격 영입돼 여의도의 '신데렐라'가 됐던 이 전 의원이 한국당을 떠나기까지 그의 행적을 따라가 봤다.

이자스민은 어떻게 정치에?
이 전 의원은 서울시의원으로 먼저 데뷔할 기회가 있었다. 2010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서울시당에서는 KBS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EBS에서 ‘다문화 사회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면서 인지도를 올리던 이 전 의원에게 주목했다고 한다.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외모도 수려하고 인지도도 높은 데다 한국어도 능숙해 접촉했다. 비례대표 1번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면접’ 결과에선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그러던 중 이 전 의원이 출연한 영화 ‘완득이’(완득이 어머니 역할)가 성공하면서 이 전 의원은 다문화가정의 상징이 됐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바뀌며 2012년 총선에서 변화 이미지가 시급했던 한나라당은 다시 이 전 의원에 주목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고, 당 로고 색도 빨간색으로 바꾸는 등 기존 보수적 색채를 탈피하려 애쓰던 때였다. 이 전 의원은 비례대표 ‘당선권’인 15번을 받았다. 친박계이자 당시 이 전 의원 거주하는 지역구(서울 서대문갑)의 현역 의원인 이성헌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밀었다고 한다.

한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자스민 의원이 민주당에도 공천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 전 의원 측이 모든 정당에 제안했고, 새누리당만 응답했던 것”이라고 정정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012년 10월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다문화 부부 전통혼례 행사'를 찾았다. 박 후보가 이자스민 의원과 이야기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012년 10월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다문화 부부 전통혼례 행사'를 찾았다. 박 후보가 이자스민 의원과 이야기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자스민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입성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이 전 의원이지만 출발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치 신인이다 보니 구설이 잦았다. 첫 난관에 부딪힌 것은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본 필리핀의 복구와 지원을 위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다. 정부가 필리핀에 5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내는 등 구호 지원을 하는데 국회 차원에서 결의안까지 내는 것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쨌든 국회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의원들이 10만원씩 갹출해 위문금을 전달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가 만든 구호 감사 포스터에 한국 국기(태극기)가 빠지자 이 전 의원이 공격을 받았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이어 2014~2015년에는 필리핀에서 괴한 습격 등으로 인한 한국인 피해가 잦아졌다. 경찰청에서도 ‘코리안 데스크’를 만들어 한국 경찰을 파견하는 등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이 전 의원의 ‘역할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살해를 당하는 한국인 중 많은 수는 한국인 사이 갈등 때문에 벌어진 청부살인의 피해자도 많다“며 ”이 전 의원이 현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울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5년 이 전 의원의 아들이 편의점 절도 사건 논란에 오르면서 임기 후반에는 언론과의 접촉도 꺼리는 등 외부 활동도 최소화했다.

이자스민은 왜 한국당을 나왔나 

이 전 의원이 한국당을 떠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자리’가 없어서였다. 이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며 멀어졌다. 이 전 의원뿐 아니라 비례대표의 상징인 1번 민병주 전 의원을 비롯해 대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국회를 밟은 31명(비례대표 승계 포함) 의원 중 20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은 전무(全無)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의원에게만 원칙을 깨고 비례대표를 더 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공천이 가능한 지역도 없었다. 경선하면 질 것이 뻔한데 그렇다고 다른 경쟁자들을 제쳐놓고 무리하게 ‘낙하산’으로 꽂아줄 수도 없지 않냐”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도 ‘역할 공간’은 남겨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자스민 전 의원이) 한국당에서 집단 왕따(를 당했고), 일종의 어떤 부담스러워하고, 자신을 자산이 아닌 짐으로 생각했다더라”고 전했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일각에선 비례대표의 선발 기준으로 ‘상품성’ 못지않게 ‘역량’도 중요하다는 걸 드러내는 경우란 얘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자스민’ 논란에 대해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은 역량에 앞서 그녀가 가진 ‘상징 자본’만 보고 ‘선거용’으로 영입한 사례”라며 “공천 자체만 신선했을 뿐,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도 모르고 데려왔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앞으로 비례대표를 어떻게 충원해야 할지 고민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제윤경 의원도 “막상 국회에 와보니 전문가가 필요하기보다는 정치적 조율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가 그룹은 공청회 등을 통해서 자문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따'였다는 이자스민, 정의당의 궁합은? 
심상정 대표는 4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이 전 의원은 제가 직접 만나 설득·권유했다”며 “이주민과 소수자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한 이 전 의원의 일관된 삶이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이 전 의원이 퇴행적인 자유한국당에서 외면받았던 이주민 권리를 위한 꿈을 정의당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힘껏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19대 국회 당시 이자스민이 내놓은 10건의 다문화 및 이주민 관련 법안에서 정의당이 공동발의로 참여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2014년 12월 이주아동권리보장 기본법안에 심상정 의원이, 2015년 6월 난민법 일부개정안에 박원석 의원이 동참했다. 나머지 법안 9건 중 4건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여했고, 나머지 5건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발의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그간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이 전 의원과 정의당의 만남이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선거용’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한 정치권 인사)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