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건물도, 사람도 자신만의 매력적 스토리가 중요”

중앙일보

입력 2019.11.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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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2019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Architecture Master Prize, AMP)’에서 교회건축으론 유일하게 새문안교회가 문화건축 부문을 수상했다. AMP는 전 세계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프로젝트에 주어지는 상이다. 올해는 건축·인테리어·디자인·조경분야에 68개국 1000개의 후보작이 출품됐다. 국내에선 2016년 건축가 곽희수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새문안교회는 교회건축 설계에 있어 독보적인 서인종합건축사무소와 이은석 경희대 교수가 설계하고 CJ 건설이 시공했다.

2019 AMP가 열린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건너편에 선 건축가 최유철. 그는 "창의성은 좋은관계와 정리의 힘에서 나온다"고 했다. [사진 최유철 인스타그램]

2019 AMP가 열린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건너편에 선 건축가 최유철. 그는 "창의성은 좋은관계와 정리의 힘에서 나온다"고 했다. [사진 최유철 인스타그램]

“한국 최초의 조직 교회로 ‘한국의 어머니 교회’로 불리는 새문안교회의 새 성전이 국제적 건축상을 받아 더욱 의미가 있었다.” 새문안교회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인건축 건축가 최유철 씨의 말이다. 새문안교회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1887년 서울 정동에 세운 교회로 1907년 현재의 위치에 자리했다. 그는 “2010년 새 성전 프로젝트가 시작돼 10년 만에 새 성전을 완공, 국제 건축상까지 받아 교회 측은 들뜬 분위기”라고 했다.
AMP 시상식 자리. 서인건축 최동규 소장 옆엔 건축가 최유철이 있었다. 최동규 소장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오하이오주립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맡아오다 2010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다. 새문안프로젝트에선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새문안교회 내 설치된 대형 파이프오르간 역시 그가 직접 캐나다 업체를 오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건축가 최유철과 그의 부친 최동규 소장[사진 최유철 인스타그램]

건축가 최유철과 그의 부친 최동규 소장[사진 최유철 인스타그램]

한 건축 사무소에서 대를 이어 일하고 있는 사례는 흔치 않아 더 흥미롭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 등 뒤에 앉아 기둥 몇 개가 세워진 공사 현장을 봤다. 지금의 압구정 소망교회였는데 아버지가 설계한 첫 교회다. 어릴 때부터 내게 아버진 최고의 건축가”라고 했다. 건축가 최유철을 새문안교회에서 만났다.

새문안교회 새 성전으로 국제 건축상(AMP) 받은 서인건축 최유철
건축은 공간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기억 장치'
건축가에겐 이해관계 조율하는 소통 능력 필수
교회 건축 없는 유럽에 멋진 교회 짓는 게 꿈

아버지와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떤 일이든 눈으로 볼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일터에서 일을 함께하고 또 이어 간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최동규 소장은 40년 동안 국내에서 150개가 넘는 교회 건축을 설계한 교회 건축의 아버지라 불린다. 아버지께 더 배우고 익혀서 유럽에 아름다운 교회를 짓는 게 내 꿈이다. 얼마 전 스페인 친구가 새문안교회를 보곤 “유럽에선 더는 교회를 짓지 않는다. 이런 멋진 건축물이 교회라니 놀랍고 부럽다”고 하더라.”

불편함도 있을 것 같은데?

“유산과 전통에 있어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이 자랑스럽다. 아버진 김수근 선생님이 만든 공간건축에서 설계를 배우셨다. 당시 막내가 승효상 선생이라고 하더라. 나 역시 공간건축에서 일을 배웠다. 그런데도 아버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다(웃음) 말로 표현하긴 힘든데, 아버지의 건축 설계는 차분히 파고드는 방식인데 난 조정하고 취합해서 의도치 않았던 무언가를 새롭게 끌어내고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버지와 건축 소장을 분리해서 대화하는 게 쉽지 않다. 부담도 되고 조심스럽다. ‘대를 잇는다는 게 이래서 힘들구나’란 생각을 한다.”

건축가는 어떤 사람인가?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나?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건축도 나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건축가는 그런 건축물 또는 장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방면 지식도 중요하고 가치 판단도 정확해야 한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터다. 건축가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건물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하는 사람이다.
또 한가지. 보통 건축물을 이야기할 때 외관을 떠올리지만 기억이나 추억은 공간을 통해 떠올린다. 내가 어디 있는지 깨닫게 해 주는 것이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건축은 공간을 통해 기억하고 추억하고 상상하며 위로받고 기뻐할 수 있도록 하는 기억장치다. 그런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 건축가라고 생각한다.”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로 6번째 새성전을 완공한 새문안교회 전경 [사진 최유철 인스타그램]

건축가 최유철은 "새문안교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정말 기쁘다"면서 "한가지 아쉬움은 교회 입구에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세상의 때를 씻는 의미로 얕은 물가를 계획했지만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의 건축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600년 도읍지라고 하는데 역사적인 인프라가 너무 안 보인다. 과거를 상상해야 한다는 게 슬프다. 유럽 특히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건축물이 훌륭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건축물이 놓인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적 콘텍스트(맥락)가 잘 남아있어 건축물과 주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건물과 사람 그리고 도로와 나무, 주변 인프라가 잘 어우러지면 좋겠다.”

건축설계는 어디서 영감을 얻고 또 영향을 받았나?

“앞서 말했듯 건축과 사람은 닮았다. 논쟁과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사람, 좋은 건축물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또 경험하려고 한다. 이런 일들은 좋은 관계를 통해 가능하다. 다양한 관계를 통해 얻는 이야기가 힘이 되고 아이디어가 되더라.
또 한가지는 정리의 힘이다. 2010년 서인건축에 왔을 때 그동안의 일과 프로세스를 정리해 둔 게 없어 아쉬웠다. 새로움은 그동안 내가 겪고 해온 일과 결과물을 되짚어 보면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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