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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언더핸드 박종훈…쿠바 잡을 비밀병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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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의 유일한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이 2일 푸에르토리코 평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유일한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이 2일 푸에르토리코 평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의 유일한 언더핸드 투수인 박종훈(28·SK 와이번스)이 출격 채비를 마쳤다.

프리미어12서 맞춤형 선발 #평가전 3이닝 무실점 출격 준비 끝

박종훈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대회에 선발투수로 나선다.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2차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주 무기인 커브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극단적으로 낮은 릴리스 포인트로 인해 푸에르토리코 타자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11타자를 상대로 안타 2개, 볼넷 1개를 내줬고, 나머지 8타자는 땅볼(3개), 뜬공(4개), 삼진(1개)으로 처리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박종훈의 투구에 합격점을 줬다. 따라서 박종훈은 8일 오후 7시 고척돔에서 열릴 프리미어 12 대회 조별리그 C조 3차전 쿠바전에 선발로 나올 전망이다. 박종훈이 태극마크를 달았던 건 2011년 야구 월드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종훈은 이번 대회 대표팀 비밀병기다. 김 감독은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할 일이 드문 중남미 팀에 대비해 박종훈을 뽑았다. 박종훈의 투구 릴리스 포인트는 지면에서 불과 5㎝ 정도 위다. 한국은 그간 국제대회에서 중남미 팀 경기 때 언더핸드 투수를 표적 등판시켰다.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은퇴)이 ‘쿠바 킬러’로 유명했다.

최근에는 쿠바 등 중남미 팀 타자들도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투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도 평가전에서 푸에르토리코 타자들이 박종훈 공략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언더핸드 투수가 쿠바전에서 통할 것으로 보는 근거다. 박종훈은 “아무래도 중남미에는 언더핸드 투수가 거의 없어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하면) 생소함을 느낄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던지게 된다”며 “정대현 선배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던진 영상을 돌려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종훈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14승(8패)으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연봉도 2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올해는 8월부터 팀 타자들의 방망이가 잘 터지지 않은 데다, 자신도 슬럼프에 빠지면서 8승(11패)에 머물렀다. 그나마 평균자책점이 지난해(4.18)에 비해 낮아진 3.88이라는 게 위안거리였다.

승수 쌓는 데 번번이 실패하면서 지난 8월 말에는 생전 처음 파마도 했다. 그동안 입었던 청바지와 티셔츠, 신발까지 전부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그는 “가족 빼고 다 바꾸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8~9월에는 8경기에 나와 1승6패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팀도 다잡았던 정규리그 1위를 두산 베어스에 내줬다. 2위로 치른 플레이오프에선 키움 히어로즈에 3전3패로 탈락했다. 박종훈은 플레이오프 3차전 1-10으로 지고 있던 8회 말에 마지막 투수(1이닝 무실점)로 나온 게 가을야구의 전부였다.

박종훈은 “올해 잘 안 풀리고 승수도 많이 쌓이지 않으면서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을 해소하려고 시즌 중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며 “시즌 막판부터 감이 좋아졌고, 그런 상태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내년 시즌이 빨리 개막하길 바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이번 대회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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