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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0%대 시대…해외채권·부동산 투자 ‘김 여사’ 늘어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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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12면

은행 예금금리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이자 0%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다.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0.9%로 0%대에 진입했다. 연 0%대인 적금도 등장했다. Sh수협은행의 ‘스마트one적금’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0.9%다.

이자 0%대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제 주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대출이 많은 가계는 이자 부담이 다소 줄겠지만, 전체 가계 대출의 30%에 해당하는 고정금리 대출자에겐 남의 얘기다.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는 물론, 노후 자금 마련이 절실한 40~50대, 자산을 늘려야 하는 20~30대 모두 초저금리의 덫에 빠지게 됐다.

초저금리에 금융권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예대마진이 주요한 수입원인 시중은행은 고객예금 이탈이 걱정거리다. 보험 업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많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고리의 이자보다 자산을 운영해 얻는 수익이 낮아지는 역마진 공포에 떨고 있다.

0%대 이자로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향도 이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적금·채권·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좋은 기업어음(CP)이나 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인컴형(정기적으로 현금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 펀드와 해외 채권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30일 기준 최근 6개월 동안 국내에 설정된 105개 인컴형 펀드에는 1조2742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192개 채권형 펀드에 3조9382억원이 몰렸다. 박승안 우리은행 TC프리미엄강남센터장은 “국내 금리도 낮아지면서 저금리를 피해 해외 채권이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김 여사(한국판 와타나베 부인)’가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선호 현상도 눈에 띈다. 이자는 바닥이고, 자금을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으니 현금을 갖고 있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 징후를 보이는 5만원권 환수율도 현금 선호 현상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환수율은 올 1~7월까진 70%가 넘었지만 8월에는 42.2%에 그쳤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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