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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 이끌고 일하는 어르신께, 침만 한 ‘효자’ 없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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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28면

생활 속 한방

생활 속 한방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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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기대수명의 증가는 은퇴 나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과거의 환갑과 오늘의 환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살아갈 날이 늘어나는 만큼 먹고 사는 문제는 나이에 상관없는 관심사다.

65세 이상 경제활동 비율 느는데 #필요한 진료 못 받는 어르신 많아 #노인 유병률 높은 근골격계 질환 #통증 시작 후 조기 침 치료 효과 #수술 안 해도 돼 사회적 비용 절감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정부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노인층의 취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일하며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은퇴 전후의 소득 격차로 노후가 평탄치 않다는 점이다.

은퇴 전후의 소득 격차가 클수록 어르신들은 건강을 챙기기 어려워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비율은 전체의 31.3%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노인 취업자 중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지 않는 비율(48%)은 만족(10.5%), 보통(41.5%)보다 높았다. 일을 해도 경제적 만족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고령·저소득일수록 치료 제대로 못 받아

소득이 적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치료비 부담으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연간 통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령·저소득·여성일수록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충족 의료’란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러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19세 이상 성인 중 미충족 의료에 대해 응답한 총 1만1378명을 최종 연구 대상자로 삼아 살펴봤다. ‘지난 1년간 병·의원 진료 또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었으나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응답한 1320명(11.6%)을 미충족 의료 경험군으로 정의했다.

생활 속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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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월 소득은 미충족 의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충족 의료 경험군 1320명 중 미충족 의료를 경험한 요인으로 ‘경제적 이유’를 꼽은 응답자는 380명(28.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월 소득을 5분위로 나눴을 때 1분위(하위 20%)가 차지하는 비율(47.6%, 628명)은 절반에 근접했지만, 5분위(상위 20%)는 10.3%(136명)에 불과했다. 연령도 미충족 의료 경험에 큰 영향을 줬다. 20대는 3.9%(52명)에 그쳤지만 60대는 20.3%(268명), 70대는 34.2%(451명)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차지)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일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보행능력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노인이 척추·관절 질환으로 거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척추·관절 질환은 업무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고혈압(59%)이 가장 높고, 골관절염 및 류머티스 관절염(33.1%), 고지혈증(29.5%), 요통 및 좌골신경통(24.1%) 순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노인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셈이다.

침,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효과적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침 치료가 효과적이다. 침 치료는 치료 효과도 뛰어나지만,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침 치료는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혈류를 증가시켜 통증을 완화한다. 이뿐 아니라 근육·힘줄·인대 등 연조직이 굳는 것을 예방하기도 한다. 골관절염과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기능 장애를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특히 노인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허리 통증(요통)과 목 통증(경항통) 등에 매우 효과적이며, 수술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지난해 허리 통증 환자들이 침 치료를 받으면 요추 수술률이 30% 이상 감소하고, 60대 이상은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연구팀은 침 치료가 발병 직후 이뤄질수록 수술률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모든 허리 통증 환자들을 추적해 향후 2년간 발생한 요추수술의 비율을 조사했다. 총 100만 명으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보정을 거쳐 침 치료군과 침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을 각각 13만89명씩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침 치료군은 701명만이 2년 안에 요추수술을 받았고, 대조군은 1104명이 2년 안에 요추수술을 받았다. 특히 침 치료군에서 60대 이상의 경우 요추수술률이 50% 이상이나 줄어들었다.

유사한 방식으로 목 통증 환자의 경추 수술률도 확인했다. 목 통증 발생 6주 내 2회 이상 침 치료를 받으면 침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2년 안에 목 디스크 등으로 경추(목뼈) 수술을 받을 위험이 60% 이상 낮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척추 수술은 합병증과 부작용, 비용부담 등이 크다. 따라서 수술 전 단계에서 침 치료로 척추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침 치료는 국민건강보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든 노인들에게 제시할 만한 치료법이다.

앞으로는 경제활동에 있어 은퇴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정년을 폐지했다. 우리 사회는 어르신들이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러 정책과 제도를 수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같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어르신들이 일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그에 걸맞은 소득을 올리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어르신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지 않을까.

김창연 일산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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