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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대 온다" 10년 전부터 외친 이 사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52)

작년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된 ‘이사배’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220만 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1세대 뷰티크리에이터 ‘씬님’도 유튜브 구독자 수 164만 명을 찍었다. 최근 암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민머리 뷰티크리에이터’로 유명해진 ‘새벽’도 외국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는 등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 명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뷰티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김은하(45) 대표다. 김 대표는 이사배의 일정관리와 비즈니스를 돕고, 씬님과 함께 뷰티크리에이터의 축제 ‘커밋뷰티(Comet Beauty)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투병 중임에도 더욱 활발하게 활약 중인 새벽을 지원하는 것도 김 대표에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김 대표는 거의 10년 전부터 앞으로는 뷰티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영상 중심으로 확대될 것을 확신하고 당시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들에게 빨리 유튜버가 되라고 외쳤다고 한다. 뷰티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를 창업한 지 3년. 국내를 대표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중의 하나인 샌드박스로부터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은하 대표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뷰티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이스크리에이티브 김은하 대표. [사진 아이스크리에이티브]

뷰티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 아이스크리에이티브 김은하 대표. [사진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아이스크리에이티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2017년 창업한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입니다. 30여 명의 크리에이터를 전속으로 매니지먼트 하고 있고 최근에는 모델 변정수 씨, 애프터스쿨 레이나 등과도 계약을 맺어 확장 중입니다. 이사배나 씬님 처럼 전속은 아니지만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회사나 개인 크리에이터도 50팀 정도 됩니다. 올해 대표 MCN인 샌드박스로부터 60억 원의 지분투자를 받고, 중앙일보가 주최한 ‘크리에이터 위크&’ 컨퍼런스에 이필성 대표와 함께 무대에 올라 경험과 비전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올 8월 코엑스에서 열린 '크리에이터 위크&' 컨퍼런스에서 샌드박스 이필성 대표와 공동강연을 하고 있는 김은하 대표. [사진 크리에이터 위크&]

올 8월 코엑스에서 열린 '크리에이터 위크&' 컨퍼런스에서 샌드박스 이필성 대표와 공동강연을 하고 있는 김은하 대표. [사진 크리에이터 위크&]

크리에이터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네오위즈의 세이클럽, 온미디어의 투니버스와 온스타일을 거쳐 씨제이이엔엠 MCN 사업팀에서 일했어요. ‘뷰티인미(Beauty In Me)’, ‘렛미인(Let Me In)’ 등을 담당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아티스트, 모델들과 친해지기도 했지요. 당시 한국에서는 여전히 블로그, 파워블로거의 사진, 텍스트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대세였는데 곧 영상, 유튜브 등이 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2013년쯤 재능이 있어 보이는 씬님, 라뮤끄, 로즈하, 깡나, 밤비걸 등의 인물을 다양한 경로로 찾아 유튜브를 찍자고 제안했어요. ‘유튜버’, ‘뷰티크리에이터’ 등의 개념이 자리잡기도 전이었죠.
영상 업로드 후 반응은 어땠나.
현재처럼 독립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도 아니고, 뷰티인미 등의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형태였어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해 깜짝 놀랐습니다. 약 5000 건. 몇백 만을 찍어야 겨우 히트했다는 소리를 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우습기도 하고,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는 조회수지만 당시에는 정말 폭발적인 숫자였어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정도가 됐죠.
이후 어떻게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했나.
그 즈음에 유튜브, 영상콘텐트 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어요. 이전부터 ‘겟잇뷰티(Get It Beauty)’의 히트로 관심이 높던 씨제이이엔엠도 2012년 다이아TV를 만들고, 2014년 MCN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요. 초기 MCN이 게임 유튜버, bj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갈 때 저는 패션, 뷰티 분야의 확장성에 주목했습니다. 4년 정도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주인공이 되는 콘텐트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독자적인 매니지먼트시스템과 브랜드 및 저작권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7년 8월 아이스크리에이티브를 시작한 이유지요.
다이아 TV 초창기 시절(위)과 창업 초기 시절 김은하 대표(아래). [사진 김은하]

다이아 TV 초창기 시절(위)과 창업 초기 시절 김은하 대표(아래). [사진 김은하]

새로 시작하는 분야에서의 창업이라 쉽지 않았을텐데.
새로운 생각을 한다는 것과 그것을 잘 실행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우는 시기였죠. 고생을 안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비교적 일이 잘 풀렸어요. 이전에 게임과 뷰티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인맥을 쌓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됐지요. 지금도 사람과의 인연을 중요시 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생각나는 인연이 있을텐데 소개해 줄 수 있나.
많죠. 다 특별하고요. 지금은 독창적인 뷰티크리에이터로 입지를 굳힌 씬님과는 초기에 의기투합해 최근 ‘커밋뷰티페스티벌’ 개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특별하고요. 창업 초기에 이사배와 맺은 인연도 감사해요. 이사배는 이미 유튜브 ‘RISABAE’로 유명한 뷰티크리에이터였는데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내가 일정과 부가사업 등을 매니지먼트 해 오고 있죠. 함께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새벽과의 일이 참 즐겁습니다. 암투병을 하면서도 밝고 유쾌하게 가발과 립스틱 등의 홍보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는데, “맨머리니까 립스틱이 더욱 돋보이지 않아요”라며 웃는 모습을 보면 한방 맞은 기분이에요. 새벽이 삭발하는 과정을 공개한 영상은 조회 수가 500만 가까이 되는데 최근 셀레브와 인터뷰 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고요.
창업 초기부터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뷰티크리에이터 씬님(좌), 이사배(우)와 함께. [사진 김은하]

창업 초기부터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뷰티크리에이터 씬님(좌), 이사배(우)와 함께. [사진 김은하]

암투병 사실을 공개하여 화제가 된 뷰티크리에이터 새벽의 삭발영상(위)과 프로필 사진(아래). [사진 셀레브,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암투병 사실을 공개하여 화제가 된 뷰티크리에이터 새벽의 삭발영상(위)과 프로필 사진(아래). [사진 셀레브, 아이스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터 전문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면서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적인 매력과 흔히 ‘레퓨테이션(reputation)’이라고 하는 평판관리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씬님, 이사배, 새벽 등의 경우를 봐도 그래요. 콘텐트, 제품, 영상 등의 전문성은 기본이고 배우고 경험하면서 갖출 수 있지만 매력과 평판은 좀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에게는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중요한데 재미있고 유익해야 하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좋아해야지요. 특별한 필터링 없이 많은 것이 노출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 하나로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는 지금도 종종 일어나잖아요.
앞으로 아이스크리에이티브 회사와 인간 김은하의 꿈은?
크리에이터, MCN이라는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한 때부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이전부터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저는 초기 MCN, 크리에이터들의 성장과 몰락을 함께 지켜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일종의 트라우마도 생겼지요. 회사나 크리에이터 개인이나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마케팅 솔루션을 가지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초기부터 저작권 등의 권리의무 관계를 확실히 챙겨야 하고요. 가까운 미래에 웬만한 사람들은 유튜브에 자기 채널 하나쯤은 가진 때가 오겠지요. 그때 크리에이터와 일하는 듯 노는 듯 여행도 다니고 재능기부도 하며 살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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