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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명 인생 바꾼 육·공사 대입 채점 오류···軍은 1년간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2월 2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79기 입학 및 진학식 행사에서 신입생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2019년 2월 2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79기 입학 및 진학식 행사에서 신입생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국방부가 2019학년도 사관학교 입학생 필기시험 과정에서 채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이로 인해 불합격 통보를 받은 대상자는 43명으로 국방부는 이들 모두를 2020학년도 선발에서 구제하기로 했다.

2018년 국어 시험 2문항, 배점과 채점 달라 # 채점 오류로 육사19명, 공사 24명 떨어져 # 2차 시험,면접 기회 재부여키로 # 국방차관 “1년간 몰랐다. 책임자 엄중처벌”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2018년 7월 28일 시행된 사관학교 입학생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문제지 표기 배점과 다르게 채점되는 오류가 있었다고 1일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한 채점오류는 4개 사관학교(육군·해군·공군·국군간호)가 공동 출제한 1차 필기시험 중 국어 과목 2개 문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어 20번과 21번 문제가 문제지에선 각각 2점과 3점으로 표기됐지만, 문항분석표에선 각각 3점과 2점으로 표기됐던 것이다. 문항분석표상 배점은 채점 기준이 되는 만큼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국방부는 문항분석표가 아닌, 문제지에 표기된 배점이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각 사관학교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채점 과정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만 문제지에 표기된 배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사의 경우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인 2018년 8월 13일경 문제지 표기 배점과 문항분석표 표기 배점이 상이함을 발견하고, 이 사실과 다른 사관학교와 공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간호사관학교는 문제지 표기 점수대로 채점해 오류가 없었다”며 “해사는 잘못된 채점으로 1차 시험에 불합격 처리된 13명에게 1차 시험 추가 합격을 즉시 통보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19년 3월 8일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7기 졸업식과 임관식에서 사관생도들이 분열을 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3월 8일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7기 졸업식과 임관식에서 사관생도들이 분열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추가적인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육사와 공사다. 육사와 공사는 문제지상 배점이 아닌, 문항분석표상 배점이 적절하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전형 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같은 판단에 출제위원의 확인이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며 “각 사관학교가 채점을 따로 진행하다보니 오류 처리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부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사태를 키웠다. 해사와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선 교장까지 보고가 올라간 반면, 육사와 공사에선 실무자인 선발과장 선에서 일이 처리됐다.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0월 9일 국정감사 요구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뒤 10월 14일 감사를 시작해 우선 4개 사관학교의 작년 1차 시험 응시자 2만7000여명의 답안지를 수차례 비교·검증했다. 추가합격 대상자는 육사 19명, 공사 24명 등 총 43명으로 이들에 대해서는 이날 해당 사관학교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지하고, 동시에 개별 통보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43명 중 1명에 대해선 공사 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때 잘못 채점된 1차 시험점수 1점 때문에 탈락했으므로 최종 전형 합격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42명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입시일정과는 별도로 오는 12월부터 2차 시험(면접, 체력검정, 신체검사)을 실시한다. 국방부는 이들 2차 시험 구제 대상자가 갑작스러운 전형으로 체력검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3차례 복수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오류로 불합격이 결정된 43명 중 6명이 같은 사관학교에 2020학년도에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들 6명에 대해선 지난해 1차 시험 점수와 올해 1차 점수 중 높은 점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종 합격된 인원은 2020학년도 입학생과 같이 내년 1월에 사관학교에 가입교하며, 2020학년도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합격자 선정 기준은 지난해 합격점수(커트라인)로 한다. 수능 성적은 2019학년도 성적을 반영하고, 2019학년도 성적이 없는 경우 2020학년도 성적도 제출할 수 있다.

국방부는 추가 합격 조치와 별개로 대상자들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금 신청이 가능하므로, 대상자 합격여부 개별통보 시 배상금 신청절차도 함께 안내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배상과 관련, 개별 상황이 달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2014년 수능 출제 오류로 인한 법원 판결이 있다. 당시 1인당 2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배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민 차관은 “이러한 내용이 누구까지 보고되었는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 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지난 1년 동안 이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 과정에서 은폐 의도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필요시 수사를 진행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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