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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축구도 금강산도···더 세진 김정은의 대남접촉 금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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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남북 접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다시 대남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가 31일 전했다. 익명을 원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한국을 향해 보이는 행동들은 단순히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한 것 이상”이라며 “김 위원장의 접촉 금지령이 다시 내려진 때문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유사한 지시를 내렸고, 이후 남북 관계가 중단됐다”며 “상반기의 금지령을 철회될 시점이 됐지만 오히려 김 위원장은 이전 금지령보다 강도나 범위를 강화한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한 달여만인 3월말 대남 및 외교 담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남측과 접촉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본지 4월 16일 1면>

3월 접촉 중단 이어 6개월만에 더 강화된 금지령 #평양 축구 예선전 싸늘, 금강산도 서면협의 주장 #문 대통령 모친상에 판문점 통한 조전만 보내 #해외동포들과의 교류는 허용, 미국 의식한 듯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그동안 남북 관계가 경색돼도 민간단체들의 방북이나 국제대회 참석은 간헐적으로 허용해 왔다”며 “하지만 12월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도 불참키로 하는 등 아예 얼굴을 맞대지 않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때 남측 기자단과 응원단을 받지 않고 중계를 불허해 접촉면을 최소화한 것이나, 금강산 시설 철거를 요구하면서 서면협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게 김 위원장의 접촉금지령에 기인했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손흥민과 북한 정일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 경기장의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축구연맹]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손흥민과 북한 정일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 경기장의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축구연맹]

북한은 단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 소식엔 30일 밤 판문점을 통해 조의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별도의 조문단 파견 대신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조의문만 전달하며 ‘조용한’ 조문 방식을 택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도 우리 측에 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보냈는데 당시는 ‘김여정 동지’를 내보냈다. 이번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판문점에서 비공개로 북측 인사를 만나 조의문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지난 6월 때보다 북한의 태도가 더욱 경직돼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남을 향해선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있지만 해외를 향해서는 태도가 다르다. 김 위원장은 대남 접촉금지령 속에서도 해외동포들과의 교류는 예외로 했다고 한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통전부 산하에 주로 미국 등의 해외동포들과의 교류를 담당하는 해외동포원호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금지령 속에서도 이곳의 업무는 열어놨다”며 “한국에는 문을 닫으면서도 미국에는 통로를 만들어 놓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정용수ㆍ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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