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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의문 보낸 다음날 발사체 2발 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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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31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올해 들어 12번째 발사이며,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 발사 이후 29일 만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발사체는 오후 4시35분과 38분 날아올라 북한을 가로질렀다. 고도 90㎞를 찍고 370㎞를 비행한 뒤 동해로 떨어졌다. 합참은 발사체 종류와 제원에 대해 추가 분석 중이다.

평안남도서 쏴 동해로 370㎞ 비행 #SLBM 발사 29일만…올해 12번째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단거리 발사체’로 평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되는 것을 발사했다”고 규정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도와 비행거리로 봐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전날인 3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한 조의문을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31일 오후 1시30분쯤 이런 소식을 전하자 일각에선 ‘금강산 남측 시설 철수’로 고조된 남북 갈등 국면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불과 3시간이 지난 4시50분쯤 합참의 발사체 발사 소식이 나오면서 섣부른 기대로 드러났다.

“남북관계 복원 의도 없다 분명히 해”

북한발사체 발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한발사체 발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한은 조의문을 보낸 지 24시간도 안 돼 발사체를 쏜 게 됐다. 이번 발사는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건드리는 장거리 미사일은 아니었지만 북한이 조의문 전달 하루 만에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는 점에서 ‘내식대로 가겠다’는 북한의 태도를 다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양보하지 않자 ‘중대결심’을 거론해 왔는데 이번 발사로 이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 대통령의 조문 국면은 북한의 발사체 시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남 관계는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가 아님을 알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인간적인 측면을 내세우기 위해 조의문을 보냈지만 한국과 관계를 트려는 의도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한 민족공조를 하거나, 미국을 설득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에도 이틀 뒤인 25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도했다. 그러곤 4시간 만에 제2차 핵실험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발사는 연말 전까지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등의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신형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의를 연 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그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상임위원들은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한 상황을 점검하고,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의 이행과 우리 기업의 재산권 보호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이철재·백민정·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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