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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어머니, 못 가시던 고향에 이젠 다시 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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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시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열린 모친의 발인미사를 마친 뒤 운구 행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강한옥 여사는 이날 오후 1978년 별세한 문 대통령의 부친이 묻혀 있는 천주교 부산교구의 양산 하늘공원에 안장됐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시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열린 모친의 발인미사를 마친 뒤 운구 행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강한옥 여사는 이날 오후 1978년 별세한 문 대통령의 부친이 묻혀 있는 천주교 부산교구의 양산 하늘공원에 안장됐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고 권력자의 상가(喪家)는 더없이 조용했다. 긴 조문 행렬도, 화환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나 차량만 이따금 오갔고, 되레 먼발치에서 지켜본 기자들 숫자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 풍경은 이례적이고 독특했다. 고인의 장례는 부산시 남천동 남천성당에서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장으로 치러졌는데, 가족과 친지·이웃에 그 초점이 맞춰졌다. 현직 대통령의 모친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의 뜻은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찌감치 가족장으로 정해졌다.

모친 강한옥 여사 어제 장례 미사 #조용한 대통령 가족장 전례 남겨 #홍문종은 조문 중 박근혜 사면 요청

이 때문에 조문과 조화도 사양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성당 정문에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수현 전 대변인 등도 부산을 찾았다가 성당 인근에서 조의를 표한 뒤 상경했다. 화환은 반송됐다.

조문객 모두를 되돌린 건 아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정동영 민주평화당 등 야당 대표들의 조문은 받았다. 이들은 정치 현안 대화는 삼가고, 6·25 전쟁통에 흥남에서 피란 와 어렵게 자녀들을 기른 ‘헌신의 어머니’에 대한 경의, 그런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위로했다.

반면에 31일 빈소를 찾은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조문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이야기를 꺼냈고, 문 대통령은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응대했다. 여권 지지자들은 비난했고, 야당도 “‘문상’ 가서 ‘진상’만 부리고 온 꼴이다. 제발, 상식 선에서 살자”(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는 논평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정부에선 이낙연 총리 일행, 청와대에선 김상조 정책실장을 조의객으로 맞았다.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대사’들도 각국을 대표하는 외교 사절인 만큼 예를 갖춰 맞이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 대사 편에 위로전을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대통령님과 사랑하는 국민들, 장례를 엄수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영원한 평안의 서약으로서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는 글을 전했다.

조문하지 못한 여권 인사들은 31일 오전 장례 미사에서 예를 표했다. 문희상·정세균·김원기·임채정·정의화 등 전·현직 국회의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 청와대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청가회장), 전날 조문하지 못한 양정철 원장과 오거돈 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후의 일정은 비공개였다. 고인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선친(1978년 별세)이 잠든 양산 하늘공원에 안장됐다.

문 대통령은 안장식에서 “어머님께선 평소 신앙대로, 또 원하시던 대로 많은 분의 기도 안에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시게 됐다. 이제 아버지도 다시 만나시고, 못 가시던 고향에도 다시 가시고, 외할아버님·외할머님도 만나시고, 6남매형제·자매들도 다시 만나시고 그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례를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청와대로 복귀했다.

부산=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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