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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습기 살균제, 폐암까지 일으킬 가능성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지난 2011년 살균제 문제가 알려진 뒤 8년 만에 처음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가족이 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지난 2011년 살균제 문제가 알려진 뒤 8년 만에 처음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가족이 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그간의 피해자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폐섬유증 뿐 아니라 폐암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의 박은정 교수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함유 성분과 관련한 독성연구를 진행한 결과 살균제 속 특정 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면역세포가 염증을 일으켜 폐섬유증 뿐 아니라 폐암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톡시콜로지 인 비트로’등에 연속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독성 시험 전문 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들도 함께 했다.

박은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 2년간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각 제조사별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PHMG-P·MIT·케톤CG 등의 물질을 세포주와 실험쥐에 주입해, 독성이 나타나는 작동원리를 비교, 평가해왔다. 박 교수는 이 성분이 모두 특정 농도에서 독성을 일으키지만, 그 독성이 나타나는 양상은 성분마다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이 성분에 만성적으로 노출됐을 때, 체내의 면역세포인 ‘호중구(Neutrophil)’와 ‘호염기구(Eosinophils)’가 활성화돼 염증을 일으키고, 특히 MIT는 폐섬유증과 더불어 폐암까지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을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0월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특별법에 사망·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구제조항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을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0월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특별법에 사망·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구제조항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박 교수는 “폐암이 발병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릴 수도 있어 원인 진단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만약을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현재까지의 실험으로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암 발병은 원인과 결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서로 간에 높은 상관 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질병과 물질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ㆍ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아직도 피해 원인 규명과 피해자 구제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폐암 발병 피해 여부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세계 최초를 표방하며 한국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17년 동안 1000만병 가까이 팔리면서 산모와 영유아의 폐 손상과 사망 등 수많은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하지만, 2011년에서야 질병관리본부가 역학 조사를 벌여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처음 알리며 관련 제품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정부는 2011년 12월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전면 중단하며 시판 중이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또 2016년에는 검찰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관련자도 처벌하고, 2017년 8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도 시행됐다. 2011년 이후 정부에 접수된 피해자만 6500명이 넘고 이중 사망자도 1400명이 넘는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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