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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이후 당·정·청 기조 달라졌나… 靑 ‘공정’ 드라이브 黨 ‘미래’ 총선 콘셉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개혁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며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 실현은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한 발언(25일)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날 국회에 나와 여당 복귀론 관련 질문에 “눈치 없이 오래 머물러있는 것도 흉할 것”이라고 한 이낙연 총리 발언(28일 오전)
→문 대통령 최측근이자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지사와 비문 진영을 대표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한밤 회동(28일 저녁)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해 “오늘 대한민국의 밑바탕”이라고 한 문 대통령의 평가(29일).

문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 핵심이 최근 보인 상징적 장면들이다. 문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를 직접 챙기고 집권 여당에선 친문과 비문 대표격 인사가 술잔을 부딪치며 ‘원팀’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국 정국’이 사그라들고 내년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는 시점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11월 9일)을 맞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당·정·청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의 확대’ 드라이브 거는 청와대

문 대통령은 29일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국민소득 3만불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농촌에서 도시로, 가정에서 직장으로 들불처럼 번져간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중 한 번씩 새마을운동 행사에 참석해왔다”(청와대 고민정 대변인)고 하더라도, 이 정도면 가히 말의 상찬(賞讚)이라 할 만하다.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농촌 근대화를 촉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나라다운 나라’를 내세우며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연설을 두고 정치권에선 유독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대통령이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그중 하나다. 조국 국면 이후 지지층이 분열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보수층 끌어안기, 이른바 포용과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진보나 보수를 넘어서자는 포용은 여태껏 중요한 국정 기조였지만, 민생 행보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며 “새마을운동이라는 행사에 참여한 것 자체에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이 변했느냐’고 한다면 ‘아니다’ 쪽에 가깝다. 포용은 중요한 가치지만, 앞으로도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국정 운영 방식은 바뀌었다기보다 더 강고해졌다. 핵심으로 꼽히는 가치는 ‘공정’이다. 그간 제도 밖의 불합리와 불법을 바로잡는 데 주력해오다가, 조국 정국 이후 ‘합법적인 틀 내의 불합리’까지 교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중 확대론을 편 뒤 사흘 만인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며 서울 주요대 정시 확대 방안을 주문한 것도 본격적으로 ‘공정의 확대’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청와대 한 참모는 “문 대통령이 공정이란 가치에 대해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별히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것은 문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정책 라인의 한 참모는 “일부 지지층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최근 대기업을 부쩍 자주 찾으며 경제 행보를 늘린 것은 그만큼 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기 초부터 이와 관련한 입장이 특별히 바뀐 건 없다”고 했다.

◇‘미래’로 총선 콘셉트 잡은 여당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는 양정철 원장이 이재명·김경수 지사와 전격 회동한 것을 정치권은 의미 있는 장면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양비(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줄여 부르는 말)가 움직이고 있다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양비 지론은 당에 소위 ‘잠룡’들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라며 “친문과 비문 간 원팀을 강조하는 동시에 우리 당에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이재명도 있고 김경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뜻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격 회동이 민주당이 처한 위기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란 얘기도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중도층의 ‘민주당 이탈’이 두드러진 데다 지지층 내부의 균열로 확산된 데 대한 위기의식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사실 총선이 여당에는 어려운 고개인데,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39.9%)가 자유한국당(30.4%)을 앞서는 등 각종 조사기관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민주당이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한 전략통 의원은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비호감도(47%)가 호감도(44%)를 추월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4년 전 9월 갤럽 조사에서도 당시 새누리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10%포인트가량 앞섰지만 심판론(42%)이 안정론(36%)보다 높게 나왔고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야당이던 민주당이 제1당이 되지 않았느냐”면서다.

이에 민주당에서 최근 거론되는 총선 대응 콘셉트는 ‘미래형 선대위 체제’로 요약된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총리의 당 복귀론 및 선대위원장 역할론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다만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전남 영광 출신 이 총리가 총선 간판이 될 경우 ‘호남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만큼 서울의 박원순 시장, TK(대구·경북) 김부겸 의원, PK(부산·경남) 김영춘 의원 역할론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기 대선 주자급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선대위 곳곳에 포진해 ‘미래가 있는 당’ 콘셉트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케이웨더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케이웨더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조 전 장관 사퇴 후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됐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이 대표는 30일 서울 구로의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혁신성장’과 ‘규제철폐’를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 성장을 위한 규제철폐”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예산 중점투자” 등이다. 성장과 규제혁신은 보수 진영에서 주로 제기돼온 담론이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중진 등 소속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며 다양한 의견수렴에도 나서고 있다. 이 대표와 최근 만났다는 한 의원은 “그동안 청와대가 중심이 되고 당이 끌려가는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당이 적극적으로 국민과 접촉면을 넓히고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효과적이었느냐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해찬 대표가 ‘조국 정국’에 대해 “송구하다”며 30일 사과하기도 했다.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쇄신론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당내 분위기는 쇄신 분위기로 휩쓸려갈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한 중진 의원은 “아직 민주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을 못 따라가지 않느냐”며 “당·청 간 조화 속에서 당은 민생ㆍ개혁 입법 실적을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다수”라고 말했다.

김형구·권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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