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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교대근무자들은 왜 심혈관 질환에 취약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34)

산업화가 진전된 국가에선 일부 제조업 분야의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인력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대제를 활용한다. 이때 교대근무가 가져오는 건강위험을 고려해 2조 2교대 형태보다는 3조 2교대나 4조 3교대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조 2교대 등 장시간 노동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가 아직 많아 건강의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교대근무는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통해 호르몬과 위산 분비, 기관지 반응, 혈압, 성욕, 불안, 일 수행 능력, 대사율, 단기 기억, 가족간의 상호 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웨덴에서 경찰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돌연사와 심장마비가 교대 근무자에 빈번하게 나타났고, 혈압도 낮 근무자에 비해 더 높았다. 또한 제지공장 노동자들을 15년 동안 추적 조사했더니 허혈성 심장질환의 상대적 위험성이 교대제에 노출된 기간에 비례해 증가했다. 소방 공무원도 다른 직종에 비해 평균 사망 연령이 낮은데, 이는 만성 인력부족으로 인한 24시간 2교대 근무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에 상시 노출되는데 따른 업무 스트레스가 치명적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애의 중요한 기전은 수면과 일이 정상적인 밤낮의 주기와 정반대로 되었을 경우 신체의 내부 시계가 외부 요인들에 의해 교란되고 파괴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사진 pxhere]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애의 중요한 기전은 수면과 일이 정상적인 밤낮의 주기와 정반대로 되었을 경우 신체의 내부 시계가 외부 요인들에 의해 교란되고 파괴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사진 pxhere]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면 암 발생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덴마크 코펜하겐 암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여성이 밤에 일할 경우 유방암 발생 확률이 무려 5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이 암 발병 확률을 높이는 이유는 밤에 일할 경우 수면과 각성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멜라토닌은 수면 조절뿐 아니라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역할도 해 멜라토닌이 부족하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애의 중요한 기전은 수면과 일이 정상적인 밤낮의 주기와 정반대로 되었을 경우 신체의 내부시계가 외부 요인들에 의해 교란되고 파괴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심박동변이지표는 이러한 생체 주기의 이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심박동변이 분석법은 일과 관련한 스트레스 요인이 어떻게 심혈관계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다.

자동차 공장의 1주 연속 12시간 주야맞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4시간 심전도 분석에서 야간 근무자는 정상적인 부교감신경의 활동을 나타내는 부분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의 방향과 주기도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계 방향의 교대가 시계 반대방향보다, 21일 주기가 7일보다 각각 신체 부담을 덜 준다.

교대근무가 가져오는 건강위험을 고려할 때 외국 처럼 경찰, 소방, 의료, 공항 등 꼭 필요한 분야 외에 불필요한 교대근무와 야간근무는 될 수 있는 한 줄여야 한다. 소비자의 이용 편의를 위해 편의점에서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편의점이 늘고 있지만,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서도 사회가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노동권 존중은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것이다.

양질의 잠을 위해서는 적절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배가 너무 고프거나 부르지 않아야 한다. 적당한 상태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한다. [사진 pxhere]

양질의 잠을 위해서는 적절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배가 너무 고프거나 부르지 않아야 한다. 적당한 상태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한다. [사진 pxhere]

어쩔 수 없이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신체가 낮을 밤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낮잠을 자는 동안 소음과 빛을 차단하는 게 좋다. 또 멜라토닌이 풍부하거나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을 먹거나 수면을 유도하는 음식을 근무가 끝난 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멜라토닌 함량이 높은 음식은 귀리·쌀·생강·토마 토·바나나 등이다. 콩·견과류·치즈·우유·두부·호박씨 등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음식이다.

양질의 잠을 위해서는 적절한 실내온도(18~20℃)와 습도(55~60%)를 유지해야 한다. 또 배가 너무 고프거나 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당한 상태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단 질긴 음식이나 수박 등 이뇨작용이 있는 과일과 맥주는 피해야 한다. 수면에 좋은 식품은 칼슘이 풍부한 우유 등이다.

운동은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하는 게 수면에 도움이 되고, 취침 전의 목욕은 근육과 신경을 이완시켜 숙면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물의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냉탕과 온탕을 교대로 드나 드는 목욕은 피해야 한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미지근한 물에서 10분 내외로 하는 목욕이 적절하다. 술과 담배도 숙면에 방해가 된다.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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