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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대구찾은 '원 섬머 나잇'의 주인공 진추하 "한국은 제2의 고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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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찾은 진추하 회장이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진추하 회장 가족]

대구를 찾은 진추하 회장이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진추하 회장 가족]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팬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랑해요."

'중화권의 오드리 헵번'으로 불린 70~80년대 스타 #대구찾아 기부 전시회하고. 영남대 명예홍보대사 맡아 #"한국 중년 팬들 사랑하고 늘 감사한 마음" #암 극복하고 자선 단체 활동 매진

 '원 서머 나잇(One Summer Night)'을 불러 국내 중장년에게 익숙한 70년대 홍콩 출신 월드 스타 진추하(61·여). 지금은 말레이시아 라이온 그룹 팍슨 자선재단 회장인 그는 지난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좋은 일로 불러준다면 언제든 달려올 준비가 돼 있다. 그만큼 한국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중년들이 아직 (저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것에 감사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1976년 7월 한국·홍콩 합작영화 '사랑의 스잔나' 주인공을 맡으면서, '중화권의 오드리 헵번'이라 불렸다. 직접 작곡한 영화 수록곡 '원 서머 나잇'은 리메이크 버전이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6일 한국에 온 그는 28~29일 대구를 찾았다가 30일 말레이시아로 돌아갔다. 진 회장은 대구에서 기부 전시회를 열었다. 영남대를 찾아 특강을 하고, 명예 홍보대사가 됐다.

14년전인 2005년 진추하 회장. [중앙포토]

14년전인 2005년 진추하 회장. [중앙포토]

그는 말레이시아 대형 기업인 라이온 그룹 회장과 결혼한 후 자선재단을 운영하며 '기부의 아이콘'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구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그룹에서 한국 사업을 돕는 양아들이 대구 출생이고, 그룹 사업 파트너인 화장품 회사가 대구에 본사가 있다. 그 회장품 회사 회장이 이웃 돕기 단체인 '함께하는 마음 재단' 활동을 하는데, 기부 자선활동을 이번에 이 재단과 같이 해보고 싶어, 대구를 찾은 것이다. 마침 같은 사업 파트너인 이랜드에서 대구에 '이월드 83타워'를 운영하는데, 거기 한 공간을 기부 전시회 공간으로 빌려준 것도 대구를 찾게 된 배경이다. "

-기부 전시회는 무엇인지.
"그림도 직접 그리고, 서예도 한다. 중화권에선 (제가) 작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손으로 그린 작품을 기부 전시회를 통해 판매한다. 물론 판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반반씩 대구 전시회 판매 수익금을 나눌 계획이다. 전체 수익금은 5000만원 정도 될 것 같다. 원래 글도 (제가) 쓰는데, 중앙일보에 글을 기고한 적도 있다."

대구를 찾은 진추하 회장이 영남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영남대]

대구를 찾은 진추하 회장이 영남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영남대]

-영남대에서 특강을 하고, 홍보대사가 됐다.
"사업 파트너인 화장품 회사 회장이 영남대 출신이다. 그분을 통해 영남대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특강을 요청했고, 홍보대사 이야기를 해 받아들였다. 지난 28일 학생들과 만나 1시간 특강을 했는데, 살아온 이야기를 전했다. 총장 등과 만나 원 서머 나잇 노래도 살짝 들려줬다. 내 노래가 오래됐는데, 학생들이 알더라. 교직원들도 박수를 치더라. 2000년대 한국 영화 배경음악으로 나와 더 잘 알려진 것 같다."

-한국에는 가족과 함께 왔다고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딸과 사위, 대구 출신 양아들과 왔다. 캐나다에서 공부한 양아들은 그룹에서 한국 관련 사업과 신사업을 돕고 있다. 양아들은 한국과 사업을 하던 중 인연을 맺었다. 중화권에선 양아들을 삼는 게, 낯설지 않은 문화다. 진짜 아들처럼 생각하고 잘 지내며,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사는 양아들의 부모님과도 만나 인사드리고, 양아들이 되는 문제에 대해 허락을 받았다."

-'기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어릴 때부터 여유가 되면 이웃돕기를 했는데, 결혼 후 그룹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기부 활동을 했다. 금액으로 보면, 매년 7억원 정도 된다. 티베트에 가서 유덕화·알란 탐과 백내장에 걸린 주민들의 눈 수술을 해주고, 홍콩이나 중국, 말레이시아 암 환자 돕기도 한다. 고아원·요양원도 지어 운영한다."

-많은 돈을 기부하는데, 남편이 싫어할 것 같다.
"남편이 더 적극적이다. 그룹에 기부 재단이 있는 이유만 봐도 그렇지 않나. 딸이 3명인데, 모두 기부활동을 같이한다. 기부에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고 보면 된다."

-2017년 암 투병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건강은 어떤지.
"2017년 유방암에 걸려 투병했다. 한동안 항암 치료를 했다. 홍콩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병원에서 나와 지금까지 유방암 환자 돕기를 꾸준히 하게 된 배경도 내가 아파 봤기 때문이다. 암은 완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기부 활동을 하러 다닐 정도로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걱정해줘서 감사하다."

-70년대 월드 스타로, 한국 중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1976년 (저를) 월드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사랑의 스잔나'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도 그 인연이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같다. 한국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며 살고 있다. 다시 한번 고맙고, 팬들 모두 사랑한다. 내년 상반기에 한국에 또 올 거다. 한국의 팬들을 위해서도 한국 기부 활동도 그만둘 순 없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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