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통합 주장하는 유일한 친박 중진 윤상현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자유한국당에 ‘보수 통합’논란이 불붙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을 주장해온 비주류 최다선(6선) 김무성 의원은 29일 “통합 얘기만 나오면 방정맞은 몇 놈이 고춧가루를 뿌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주역의 한 사람인 유승민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친박 의원들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만큼 유승민에 대한 친박의 반감은 깊다. 하지만 친박 3선 윤상현 의원(인천 미추홀을)만은 “하루라도 빨리 유승민과 통합하자”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의원 측근들과 한국당 비박계는 “총선 승리의 열쇠를 꿰뚫은 전략적 접근”이라며“수도권 의원의 생존 전술로만 폄하할 수 없는 유연한 자세”라고 평가한다. 28일 그를 만났다.
한국당, 수도권서 ‘꼴불견당’ 전락 #유승민 와야 ‘보수 통합’ 인증 받아 #대통령에 예우 갖춰야 ‘깨인 보수’ #김무성과 폭탄주 돌리며 앙금 풀어
- 유승민과 통합이 그렇게 시급한가.
- “유승민은 보수 통합의 동의어다. 탈당한 정치인이 당에 돌아오는 걸 복당이라 한다. 근데 유승민이 돌아오는 건 ‘보수 통합’이라 한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다는 거다. 유승민이 오면 당 지지율이 8%가 올라간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 유승민이 그렇게 보수 통합의 아이콘인가.
- “유승민과 합친다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를 이제는 역사에 맡기고, 문재인 정부에 맞서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데 하나 된다는 의미다. 유승민이 ‘탄핵의 강을 넘자’고 한 건 ‘탄핵이 옳았다’는 게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탄핵 갖고 싸우지 말고 함께 뭉쳐 나라를 지키자’는 뜻 아닌가. 보수가 갈라지면 문 정부만 좋아진다. 유승민이 안 오면 총선 못 이긴다고 얘기할 순 없다. 그러나 유승민이 오면 보수 통합의 상징성이 있어 더 크고 쉽게 이긴다. 이건 수학이 아니라 산수다. 내가 수도권에서 체감하는 민심은 심각하다. 민주당에 우리 당이 10% 이상 뒤지고 있다.”
- 지역구에서 체험한 한국당 지지도는 어떤지 구체적으로 전해달라.
- “‘여당도 죽 쑤지만 한국당은 더 꼴불견’이란 거다. 내 지역구 책임당원이 1200명이다. 인천 13개 지역구 중 2위다. 최근 2000명까지 늘리려고 신청서를 돌렸지만 서명하는 이가 없다. 윤상현은 좋아해도 한국당은 싫다는 거다. 갤럽 조사에서 한국당 비호감도가 62%다. 민주당보다 10%P 넘게 높다.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 중 우리 당 지지자는 절반도 안 된다. 그 결과 한국당 지지율이 26%에 그치는데 이들만 갖고 이길 수 있나? 40% 선까지는 중도층을 흡수해야지. 그럴 수 있는 길이 유승민과 통합이다.”
- 친박 일각에선 “유승민이 과포장돼있다”는 주장도 있다.
- “그럴 수도 있다. 하나 유승민이 보수 통합의 상징이자 동의어가 된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유승민이 왜 그렇게 보수 통합의 동의어가 됐나?
- “젊은이들이나 합리적 중도층을 만나보면 바로 안다. 며칠 전 지역구 병원에 갔다. 의사가 내 또래다. 그가 생전 처음으로 광화문 집회(10월 3일)에 나갔다고 한다. 한국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가 무너질까 봐 걱정돼 나간 거다. 그가 ‘유승민과 빨리 통합하라’고 신신당부하더라.”
- 유승민은 5·18을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동의하는가.
- “당연하다. 역사적인 평가는 확실히 받아들여야 한다”
- 친박이 유승민과 통합을 반대하는 건 공천 걱정 때문 아닐까.
- “(그래서) 황교안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3김이 대통령 반열에 오른 건 정치권의 통상 문법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서가 아닌가. 황 대표도 유승민 반대파를 설득해 결단하면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를 것이다.”
- 유승민과 통합하는 구체적 로드맵은.
- “올해 안에 보수 통합이 안 되면 새로운 제3지대를 만들어 놓고, 우리도 (거기로) 나가서 통합할 수도 있다. 한국당을 없애고, 그 사람들(유승민 측)을 받는 거다. 이때 지분을 따지면 안 된다. 우리 목표는 총선 승리다.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키려면 무조건 이기는 사람이 장땡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구에 한국당 후보가 있는데, 통합의 결과 유승민계 후보가 들어온다면 완전 국민 경선으로 총선 출마자를 결정해야지. 그 방법밖에 더 있나?”
- 국민은 한국당에 ‘50% 이상 물갈이’를 원하는 것 아닐까.
- “획일적인 물갈이 대신 중요한 건 승리다. 본선 경쟁력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 이기는 공천이 핵심이다.”
- 한국당은 조국 퇴진에 도취한 듯 ‘표창장 사태’ 등 추태가 이어지고 있다.
- “국민 눈높이와 당 사이의 간격이 워낙 크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우리 당 쪽으로 와서 악수를 청했는데 의원들이 도망가더라. 내가 나경원 원내대표한테 ‘이러면 안 된다. 대통령에게 예우는 갖춰줘야 한다’고 했다. 그게 ‘깨어있는 보수’ 아닌가. 그때 문 대통령이 마침 내 쪽으로 오길래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랬더니 대통령이 ‘아, 윤 위원장님’ 하며 화답하더라. 그에 앞서 지난 18일 청와대가 주한 외교사절단을 녹지원에 초빙해 연 행사에 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참석한 사절단 전원과 얘기하느라고 나와는 2시간 뒤에야 인사하게 됐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아이고, 윤 위원장님 미안합니다’고 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대통령님, 외교는 여야 구분이 없습니다. 야당 의원도 대통령 특사로 보내시면 어떻습니까’고 하니 문 대통령이 경청하더라.”
- 입원 치료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병상 정치’를 개시했다는 얘기가 있다.
- “그분도 대한민국 체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걸 알고 걱정이 많으시다. (탄핵 찬성파에 대한 분노를) 뛰어넘으셔야 한다. ‘뭉쳐야만 산다’는 메시지로 힘을 보태주시리라고 바란다.”
- 옥중의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적 있나.
- “몇 번 구치소를 찾아가고 청도 넣었지만 안 만나시겠다고 하더라. 실은 그분 집권 시절에도 독대한 적이 없다. 집권 전에는 전화로 몇 시간씩 대화하는 등 소통이 잘 됐지만, 집권 뒤엔 관저에서 그룹으로 뵌 게 전부였다. 통화도 2015년 5월 9일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특사로 참석했을 때 격려 전화 받은 게 전부다. 대통령이 옥에 들어간 뒤 최경환 의원과 나, 심지어 동생 박지만 회장 부인까지 면회 요청을 넣었지만 ‘내가 어떻게 만나겠나’는 답만 들었다.”
- 영남권에선 ‘유승민과 통합하면 우리공화당과 딴살림 차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 “그렇게 안 된다. 공화당? (지지할 사람) 별로 없을 거다. 보수 통합의 대의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문제와 관련해 전광훈 목사 등 우파 인사들을 다 만나봤다. 그들에게 ‘(탄핵에 찬성한) 김무성·유승민·권성동 등 오적을 쫓아내라’ 같은 주장을 이젠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신화를 지키려면 그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도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 김무성·유승민과도 교감을 나눴나.
- “나는 2년 전 홍준표 대표 시절부터 ‘유승민 돌아와라, 뭉치자’고 페이스북에 써왔다. 그랬더니 무성이형(그는 김무성을 이렇게 불렀다)이 화답하더라. 만나서 폭탄주를 열 순배 넘게 마시며 흉금을 털어놨다. ‘형, 내가 잘못했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라는 생각에 청와대에서 (김무성·유승민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달라고 하면 따랐다. 지금 생각하니 황망하다. 내가 형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무성이형이 ‘상현아, 너는 괜찮다.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형도 잘못이 있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느냐. 무의미했다. 이제 박근혜를 극복하자. 형이 반문(반 문재인) 연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무성이형도 ‘박근혜 명예회복을 위해 뛰겠다. 똘똘 뭉치자’고 화답하더라. 그래서 나와 김무성이 전 목사 등 우파 지도자들과 만나 반문연대 결성에 뜻을 모으게 된 거다.”
- 유승민과도 화해했나.
- “한 달 반 전쯤 국회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식사하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니 ‘좋다’고 하더라. 곧 만날 거다.”
- 12월 임기가 끝나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이어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할 의향은.
- “없다. 원내대표가 되면 온종일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 수도권 의원은 지역구 활동이 필수다. 그러니 (원내대표) 안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