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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연내 통합 안 되면 한국당 없애고 제3지대서 유승민과 합쳐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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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유승민과 통합 주장하는 유일한 친박 중진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피부로 느끼는 한·미동맹의 위기가 심각하다.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실망과 압박은 형언하기 힘들정도“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피부로 느끼는 한·미동맹의 위기가 심각하다.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실망과 압박은 형언하기 힘들정도“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자유한국당에 ‘보수 통합’논란이 불붙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을 주장해온 비주류 최다선(6선) 김무성 의원은 29일 “통합 얘기만 나오면 방정맞은 몇 놈이 고춧가루를 뿌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주역의 한 사람인 유승민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친박 의원들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만큼 유승민에 대한 친박의 반감은 깊다. 하지만 친박 3선 윤상현 의원(인천 미추홀을)만은 “하루라도 빨리 유승민과 통합하자”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의원 측근들과 한국당 비박계는 “총선 승리의 열쇠를 꿰뚫은 전략적 접근”이라며“수도권 의원의 생존 전술로만 폄하할 수 없는 유연한 자세”라고 평가한다. 28일 그를 만났다.

한국당, 수도권서 ‘꼴불견당’ 전락 #유승민 와야 ‘보수 통합’ 인증 받아 #대통령에 예우 갖춰야 ‘깨인 보수’ #김무성과 폭탄주 돌리며 앙금 풀어

유승민과 통합이 그렇게 시급한가.
“유승민은 보수 통합의 동의어다. 탈당한 정치인이 당에 돌아오는 걸 복당이라 한다. 근데 유승민이 돌아오는 건 ‘보수 통합’이라 한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다는 거다. 유승민이 오면 당 지지율이 8%가 올라간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유승민이 그렇게 보수 통합의 아이콘인가.
“유승민과 합친다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를 이제는 역사에 맡기고, 문재인 정부에 맞서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데 하나 된다는 의미다. 유승민이 ‘탄핵의 강을 넘자’고 한 건 ‘탄핵이 옳았다’는 게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탄핵 갖고 싸우지 말고 함께 뭉쳐 나라를 지키자’는 뜻 아닌가. 보수가 갈라지면 문 정부만 좋아진다. 유승민이 안 오면 총선 못 이긴다고 얘기할 순 없다. 그러나 유승민이 오면 보수 통합의 상징성이 있어 더 크고 쉽게 이긴다. 이건 수학이 아니라 산수다. 내가 수도권에서 체감하는 민심은 심각하다. 민주당에 우리 당이 10% 이상 뒤지고 있다.”
지역구에서 체험한 한국당 지지도는 어떤지 구체적으로 전해달라.
“‘여당도 죽 쑤지만 한국당은 더 꼴불견’이란 거다. 내  지역구 책임당원이 1200명이다. 인천 13개 지역구 중 2위다. 최근 2000명까지 늘리려고 신청서를 돌렸지만 서명하는 이가 없다. 윤상현은 좋아해도 한국당은 싫다는 거다. 갤럽 조사에서 한국당 비호감도가 62%다. 민주당보다 10%P 넘게 높다.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 중 우리 당 지지자는 절반도 안 된다. 그 결과 한국당 지지율이 26%에 그치는데 이들만 갖고 이길 수 있나? 40% 선까지는 중도층을 흡수해야지. 그럴 수 있는 길이 유승민과 통합이다.”
친박 일각에선 “유승민이 과포장돼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나 유승민이 보수 통합의 상징이자 동의어가 된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승민이 왜 그렇게 보수 통합의 동의어가 됐나?
“젊은이들이나 합리적 중도층을 만나보면 바로 안다. 며칠 전 지역구 병원에 갔다. 의사가 내 또래다. 그가 생전 처음으로 광화문 집회(10월 3일)에 나갔다고 한다. 한국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가 무너질까 봐 걱정돼 나간 거다. 그가 ‘유승민과 빨리 통합하라’고 신신당부하더라.”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유승민은 5·18을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동의하는가.
“당연하다. 역사적인 평가는 확실히 받아들여야 한다”
친박이 유승민과 통합을 반대하는 건 공천 걱정 때문 아닐까.
“(그래서) 황교안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3김이 대통령 반열에 오른 건 정치권의 통상 문법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서가 아닌가. 황 대표도 유승민 반대파를 설득해 결단하면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를 것이다.”
유승민과 통합하는 구체적 로드맵은.
“올해 안에 보수 통합이 안 되면 새로운 제3지대를 만들어 놓고, 우리도 (거기로) 나가서 통합할 수도 있다. 한국당을 없애고, 그 사람들(유승민 측)을 받는 거다. 이때 지분을 따지면 안 된다. 우리 목표는 총선 승리다.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키려면 무조건 이기는 사람이 장땡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구에 한국당 후보가 있는데, 통합의 결과 유승민계 후보가 들어온다면 완전 국민 경선으로 총선 출마자를 결정해야지. 그 방법밖에 더 있나?”
국민은 한국당에 ‘50% 이상 물갈이’를 원하는 것 아닐까.
“획일적인 물갈이 대신 중요한 건 승리다. 본선 경쟁력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 이기는 공천이 핵심이다.”
한국당은 조국 퇴진에 도취한 듯 ‘표창장 사태’ 등 추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 눈높이와 당 사이의 간격이 워낙 크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우리 당 쪽으로 와서 악수를 청했는데 의원들이 도망가더라. 내가 나경원 원내대표한테 ‘이러면 안 된다. 대통령에게 예우는 갖춰줘야 한다’고 했다. 그게 ‘깨어있는 보수’ 아닌가. 그때 문 대통령이 마침 내 쪽으로 오길래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랬더니 대통령이 ‘아, 윤 위원장님’ 하며 화답하더라. 그에 앞서 지난 18일 청와대가 주한 외교사절단을 녹지원에 초빙해 연 행사에 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참석한 사절단 전원과 얘기하느라고 나와는 2시간 뒤에야 인사하게 됐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아이고, 윤 위원장님 미안합니다’고 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대통령님, 외교는 여야 구분이 없습니다. 야당 의원도 대통령 특사로 보내시면 어떻습니까’고 하니 문 대통령이 경청하더라.”
입원 치료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병상 정치’를 개시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분도 대한민국 체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걸 알고 걱정이 많으시다. (탄핵 찬성파에 대한 분노를) 뛰어넘으셔야 한다. ‘뭉쳐야만 산다’는 메시지로 힘을 보태주시리라고 바란다.”
옥중의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적 있나.
“몇 번 구치소를 찾아가고 청도 넣었지만 안 만나시겠다고 하더라. 실은 그분 집권 시절에도 독대한 적이 없다. 집권 전에는 전화로 몇 시간씩 대화하는 등 소통이 잘 됐지만, 집권 뒤엔 관저에서 그룹으로 뵌 게 전부였다. 통화도 2015년 5월 9일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특사로 참석했을 때 격려 전화 받은 게 전부다. 대통령이 옥에 들어간 뒤 최경환 의원과 나, 심지어 동생 박지만 회장 부인까지 면회 요청을 넣었지만 ‘내가 어떻게 만나겠나’는 답만 들었다.”
영남권에선 ‘유승민과 통합하면 우리공화당과 딴살림 차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안 된다. 공화당? (지지할 사람) 별로 없을 거다. 보수 통합의 대의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문제와 관련해 전광훈 목사 등 우파 인사들을 다 만나봤다. 그들에게 ‘(탄핵에 찬성한) 김무성·유승민·권성동 등 오적을 쫓아내라’ 같은 주장을 이젠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신화를 지키려면 그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도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무성·유승민과도 교감을 나눴나.
“나는 2년 전 홍준표 대표 시절부터 ‘유승민 돌아와라, 뭉치자’고 페이스북에 써왔다. 그랬더니 무성이형(그는 김무성을 이렇게 불렀다)이 화답하더라. 만나서  폭탄주를 열 순배 넘게 마시며 흉금을 털어놨다. ‘형, 내가 잘못했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라는 생각에 청와대에서 (김무성·유승민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달라고 하면 따랐다. 지금 생각하니 황망하다. 내가 형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무성이형이 ‘상현아, 너는 괜찮다.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형도 잘못이 있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느냐. 무의미했다. 이제 박근혜를 극복하자. 형이 반문(반 문재인) 연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무성이형도 ‘박근혜 명예회복을 위해 뛰겠다. 똘똘 뭉치자’고 화답하더라. 그래서 나와 김무성이 전 목사 등 우파 지도자들과 만나 반문연대 결성에 뜻을 모으게 된 거다.”
유승민과도 화해했나.
“한 달 반 전쯤 국회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식사하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니 ‘좋다’고 하더라. 곧 만날 거다.”
12월 임기가 끝나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이어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할 의향은.
“없다. 원내대표가 되면 온종일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 수도권 의원은 지역구 활동이 필수다. 그러니 (원내대표) 안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