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르포] '마작관' '24시 노래방'…외국인 밀집지역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지난 18일 마작 도박을 하고 있는 외국인을 단속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경찰청]

경찰이 지난 18일 마작 도박을 하고 있는 외국인을 단속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경찰청]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외국인 밀집지역. 5만8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중국 동포 출신이다. ‘만남의 장소’라는 지하철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주변으로 자연스레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다. 오리머리튀김, 따빙(전병), 돼지꼬리 등 생소한 음식이 즐비하다. 옌볜 토종음식점임을 내세운 식당도 볼 수 있다.

새로운 변종업소 커피·호프집 성업 

차이나타운 내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저렴한 낡은 건물 2~3층에는 마작관 간판을 내건 업소들이 영업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림뿐 아니라 가리봉동 등에 우후죽순 들어섰다고 한다. 마작관에 ‘노인활동실’을 함께 표기할 정도다. 심심풀이용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칩이 오가는 전문 도박장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상당수가 테이블게임방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마작관 안에서는 필로폰도 투약한다.

대림동에서는 ‘커피·호프’도 성업 중이다. 맥주를 파는 커피 전문점이 아닌 외국인 여성이 접대부로 나오는 변종업소다. 암암리에 성매매도 이뤄진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림동 내 폭력이나 강력사건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범죄가 다양해졌다”며 “도박이나 마약 등을 근절하려 맞춤형 기획수사를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달 지방의 한 태국인 전용 클럽에서 불법 체류자를 검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 경찰청]

경찰이 지난달 지방의 한 태국인 전용 클럽에서 불법 체류자를 검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 경찰청]

낮에도 근로자 유혹하는 노래방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역시 대표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102개국 8만6000여명이 거주한다. 2009년 다문화 특구로 지정됐다. 절반 이상이 중국 동포다. 특구 안에는 수요를 반영하듯 휴대전화 대리점과 야채 가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중간중간 다방과 노래방이 눈에 띈다.

노래방의 경우 공장에서 심야 근무를 마친 근로자를 잡으러 24시간 영업이다. 오전에도 간판이 켜진다. 주로 중국이나 태국인 여성이 도우미로 일한다. 앞서 지난달 원곡동 인근 신길동에서는 불법체류 태국인 여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외사안전구역으로 관리 중인 서울 대림동의 한 주택가 골목모습. 골목이 깨끗하다. 김민욱 기자

외사안전구역으로 관리 중인 서울 대림동의 한 주택가 골목모습. 골목이 깨끗하다. 김민욱 기자

전국 20개 지역 외사안전구역 관리  

외국인 범죄는 주요 밀집지역에서 다발한다. 이에 경찰청은 대림동, 원곡동, 수원 매산·고등동 등 전국 20개 지역을 ‘외사안전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구역 안에서는 무단투기, 무단횡단 등 단속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기초질서부터 세우려는 취지에서다.

또 외국인 자율방범대도 활동한다. 안산의 경우 60명 대원이다. 여기에 범죄 억제를 위한 합동 특별치안활동,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수사도 벌인다. 외국인 커뮤니티 내 ‘인싸’를 활용한 범죄예방 교육도 있다. 이 밖에 경찰은 최근 외국인 범죄ㆍ체류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관리하는 지오프로스(GeoPros) 시스템도 구축한 상태다.

중국 동포에서 귀화한 황은화(45·원곡동)씨는 “불과 4~5년 전과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로 거리가 깨끗하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대표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2009년 다문화 특구로 지정될 정도다. 원곡동의 한 거리모습. 김민욱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대표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2009년 다문화 특구로 지정될 정도다. 원곡동의 한 거리모습. 김민욱 기자

범죄 증가 속 외사구역 내 상승폭 작아

외국인 범죄는 증가세다. 올 1~8월 2만5243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늘어난 수치다. 마약이나 불법 취업, 성매매 등 범죄가 늘면서다. 하지만 외사안전구역 내 범죄는 같은 기간 3.5% 늘어난 데 그쳤다. 외사안전구역의 성과라는 평가다. 올 상반기 외사안전구역 내 주민 체감안전도는 72점으로 지난해보다 2.4점 높아졌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 지형이 이동하고 범죄가 다양해지는 만큼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산시ㆍ금천구의 경우 외국인범죄 다발생 지역이지만 아직 외사안전구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은 실정이다.

"범죄 줄이려면 국내적응 도와야" 

최영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외국인 범죄는 교통 등 기타 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국내 적응을 돕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 범죄 발생 유형이 다양해지는 만큼 체계적인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심석용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