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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천재' 안세영 "기 싸움 이기려고 소리 질렀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 싸움 이기려고 소리 엄청나게 질렀더니 목이 쉬었어요."

17세 고교생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박소영 기자

17세 고교생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박소영 기자

'배드민턴 천재'로 떠오른 여고생 국가대표 안세영(17·광주체고2·세계 11위)는 목이 아픈지 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750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26·스페인·17위)을 2-1로 꺾고 우승했다. 2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그는 "친구들에게 우승 축하 문자를 많이 받았다.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다고 들었다. 큰 관심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큰 대회에서 우승해서 기쁘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는 BWF 월드투어 중 상급 대회였다.

안세영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가까이 다가가 인터뷰를 해야 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가 봐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그렇지는 않다. 목이 아파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마린과 결승전에서 너무 소리를 많이 질러서 목이 쉬었다. 기 싸움에서 이기려면 기합을 넣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마린도 득점 때마다 특유의 괴성을 질렀다. 금메달리스트가 지르는 고성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 이제 시니어 무대 2년 차 안세영도 고성으로 맞받아쳤다.

그런 배짱이 안세영을 화제 선수로 떠오르게 했다. 안세영은 마린뿐만 아니라 톱 랭커들을 많이 이겼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8위 사이나 네흐왈(29·인도),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22·일본)를 제압했다. 지난 5월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가대항 단체전 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에서는 세계 1위 타이쯔잉(25·대만)을 2-1로 이겼다. 지난 18일 덴마크오픈에서는 세계 6위 푸살라 신두(24·인도)를 2-0으로 눌렀다. 신두는 올해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28일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셔틀콕을 받아치고 있는 안세영. [EPA=연합뉴스]

28일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셔틀콕을 받아치고 있는 안세영. [EPA=연합뉴스]

안재창 감독은 "세영이가 톱 랭커들을 이기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대회 첫 경기에서 유독 긴장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첫 경기를 이기면서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강한 선수들에게 이긴 후, 다음에 다시 만나면 자신감이 생긴다"면서도 "아직 이기지 못한 톱 랭커들이 많이 있다. 오쿠하라 노조미(일본·3위), 첸유페이(중국·4위), 롤모델 성지현(13위) 언니 등에게 승리가 없다"고 했다.

안세영의 올해 목표는 세계 20위 안에 오르는 것이었다. 올해 뉴질랜드오픈, 캐나다오픈, 아키타 마스터스와 프랑스오픈까지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어느새 세계 11위가 됐다.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올해 마지막까지 부상 당하지 않고 이 랭킹을 잘 유지하는 게 지금의 목표다. 랭킹이 더 올라가면 좋지만 너무 욕심이 크면 안 될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내 "소셜미디어에 친구들이 노는 사진을 보면 부럽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흔들더니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면 저를 부러워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안세영의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1월 5일부터 푸저우 중국오픈과 선라이즈 홍콩오픈에 연달아 출전해 또 우승에 도전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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