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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연설 무반응 일관한 민주당 "증오와 저주 가득 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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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임기 반환점에 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2년 반’이라며 “거짓말에 속았고, 계속해서 빼앗기고, 나라 전체가 무너진 암흑의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차 있다”며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 인내심의 임계점을 뛰어넘어버렸다. 10월 항쟁이 10월 혁명이 될 수도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교육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나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 임명 강행은 거짓말 정권의 정수를 보였다”며 “도덕과 정의의 논리를 독점하며 비수와 같은 말들로 상대를 공격했는데 알고 보니 훨씬 더 추악한 불의의 기득권 집단이었다. 탐욕 좌파였다”고 공격했다.

경제에 대해선 “끝내 포기할 줄 모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정부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시장은 활기를 잃었고, 자영업자는 손님을 잃고 절망을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일자리에 대해서도 “혈세를 쏟아부어 간신히 고용 ‘분식(粉飾)’에 성공했지만, 30·40 일자리는 2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짜 일자리만 늘어나고, 진짜 일자리는 씨가 마르고 있다”며 “소득 격차는 역대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보와 관련해선 북한의 핵·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와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침입,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을 열거하면서 “대한민국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우습고 만만한 나라가 되고 있다. 무너진 안보의 비참한 대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정부 비판 언론과 유튜버 등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수구와 친일로 몰린다. 서초동 국민만 국민이고 광화문 광장 국민은 국민이 아니냐, 대한민국엔 친문·반문이라는 계급이라도 있는 것이냐”며 “지지층만, 홍위병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대통령을 대한민국 헌법상의 대통령으로 존중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시확대 추진법을 포함해 입시공정성 확보법, 사법방해죄 신설, 인사청문회 강화법 등 ‘조국 적폐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한국당은 이미 정시 50% 이상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고, 입법화를 약속했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진정 정시 확대 의지가 있다면 조건 없이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 (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또, 나 원내대표는 “‘민주’ ‘평등’ ‘공정’과 같은 단어를 교묘히 빌려 우리 사회 곳곳을 접수해 국가 기본을 위협하고 있다”며 “교육 파괴의 전교조, 경제 파괴의 특권 귀족노조, 그리고 법치 파괴의 좌파 법피아, 이 3대 파괴 세력과 과감히 단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노조에 대해선 “노조법 개정 등을 통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확립해 공권력이 노조 앞에 굴복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법권에 대해서도 “좌파 법피아의 사법질서 농단을 방지하기 위해 법관 임용 결격사유를 추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국방 관련해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the basics)”며 지소미아 복원과 3대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를 내걸었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나 동작을 삼간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며 “이 자리에 계신 여당 의원님들도 한번 답해보라”라거나 조 전 장관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 등) 멍석을 깔아준 여당, 정말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쏘아붙일 때도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 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변선구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 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변선구 기자

다만 나 원내대표의 연설 후 정춘숙 민주당 대변인은 ‘적반하장 후안무치’ 등의 표현과 함께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어깃장과 몽니로 국정과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와 함께 사라져야 할 것은 동의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는 조폭식 정치”라며 “자유한국당은 검찰에 출두해서 조사 먼저 받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당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구체적 대안이 미흡했다'며 “조금 무딘 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한국당만이 옳다는 주장을 넘어 독선의 말 잔치였다는 데 대해 바른미래당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배타적이고 배제적이다. 아예 포용의 여지를 남기지도 않는다”며 “특정 집단을 헌법 파괴 세력으로 규정하고 노조와 집권당, 대통령 등 자유한국당을 반대하는 세력들과도 아예 38선을 긋는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연합뉴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망각과 구태 시리즈”라며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라 우겼지만, 도리어 정치 기득권과 검찰과의 카르텔에 집착하는 한국당의 모습이 ‘골룸’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이우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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