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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자 두고 도박?…바람잡이용 모자 내보인 엘리자베스 여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상영 영상 캡처]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상영 영상 캡처]

 “굿 이브닝, 미스터 본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93)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상영된 영상에서 자신을 데리러 온 제임스 본드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이 대사는 여왕 본인이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여왕 전속 재봉사이자 의상 관리인인 앤절라 켈리가 곧 출간되는 『동전의 뒷면 : 여왕(The Other Side of the Coin : The Queen)』에서 밝힌 내용이다. 여왕의 승인을 받아 출간하는 이 책은 여왕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왕실이나 여왕에 관한 책이 여왕의 허락을 받아 출간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연히 무언가 말해야지, 나를 위해 오는 건데”

28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연예 전문 잡지인 ‘헬로우’(Hello)는 출간을 앞두고 책에 포함된 흥미로운 내용을 발췌해 연재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당시 영상 출연 제의를 받고 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여왕은 ‘대사를 원하느냐’고 묻는 켈리에게 ”당연히 무언가를 말해야지. 어쨌든 그가 나를 위해 오는 거잖아“라고 말했다고 켈리는 밝혔다.

켈리는 “여왕은 영상 출연 아이디어에 매우 즐거워하면서 즉각 수락했다”면서 “(제작진은)여왕에게 ‘굿 이브닝, 제임스’와 ‘굿 이브닝, 미스터 본드’를 제시했고 여왕은 후자를 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제작한 영화감독 대니 보일은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자 색 두고 도박?…바람잡이용 모자 내보이기도

'로열 애스콧 2019'를 참관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신화=연합뉴스]

'로열 애스콧 2019'를 참관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신화=연합뉴스]

여왕은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경마 대회인 ‘로열 애스콧’(Royal Ascot)을 매년 참관한다. 1711년 당시 앤 여왕의 후원으로 시작된 ‘로열 애스콧’은 단순한 경마 대회를 넘어서 사교 행사로도 유명하다. 여성들은 모자 등 화려한 패션을 뽐낸다.

사람들은 여왕이 어떤 색 모자를 쓸지 도박을 벌이기도 한다. 여왕은 자신의 모자 색을 두고 도박업체에서 내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업체 사장들에게 베팅 마감시한을 정하도록 했다. 또 자신의 모자 색이 너무 빨리 알려지지 않도록 바람잡이용 모자를 내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켈리는 “내가 (도박업체인) 패디 파워의 오너와 만난 적이 있다”면서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사람들이 여왕 모자 색을 추측하면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도록 베팅 마감 시한을 정해놓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왕이 새 신발을 신기 전에 이를 대신 신어보는 보조원이 있다는 소문도 사실로 확인됐다. 2002년부터 여왕 재봉사로 일해온 켈리는 여왕과 신발 사이즈가 같아 여왕의 새 신발을 미리 신어본다고 했다. 신발이 편안한지 등을 미리 점검하기 위해서다.

켈리는 “여왕은 매우 바빠 신발을 미리 신어볼 시간도 없다”면서 “우리가 신발 사이즈가 같기 때문에 내가 미리 신어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셸 오바마 논란엔 “반드시 지켜야 할 외교 의례는 없어”

여왕 어깨에 손을 댄 미셸 오바마 [EPA=연합뉴스]

여왕 어깨에 손을 댄 미셸 오바마 [EPA=연합뉴스]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영국을 방문했다가 왕실 예법을 어겼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미셸이 버킹엄궁에서 열린 행사에서 여왕의 어깨에 손을 얹어 한쪽 팔로 껴안은 것을 두고서다.

미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 단체 사진 촬영을 기다리던 중 여왕의 오른편에 서서 왼손을 여왕의 어깨에 얹고 한쪽 팔로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여왕은 이에 오른팔로 미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여왕은 “또 다른 위대한 여성에게 애정과 존경을 보인 것은 본능”이라며 “거기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외교 의례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 켈리는 전했다. 켈리는 “여왕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여왕에게 위협이 아니며, (여왕으로부터) 굳건한 신뢰를 받는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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