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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대사가 북핵보다 먼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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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이수혁 대사께 부임 사흘 만에 북핵보다 한·미동맹 개선에 매진해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워싱턴에선 한·미동맹 위기는 지금은 공공연한 말입니다.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양국 국민에 엄청난 부담으로 인식됩니다. 안보·무역 현안마다 양국 정부 사이엔 존중과 협력을 앞세웠던 동맹 정신은 간 곳 없고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하지요. 70년 동맹을 묶어주었던 단단한 동아줄이 왜 풀려나가고, 촘촘한 그물망이 헤어졌는지 원인부터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동맹을 유지·강화하려면 동맹을 운영하는 두 정부가 전략적 큰 그림과 이해관계가 완전한 일치는 아니어도, 서로 공유하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반도 미래를 놓고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사이에 2018년 상반기 이래 긴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은 남북관계만 우선한다고 비판하고, 거꾸로 서울은 워싱턴이 양자의 선순환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만이 커졌습니다. 남북협력의 상징인 금강산관광 파국으로 더욱 그럴 겁니다.

글로벌 아이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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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가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을 위한 동북아 질서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이런 일본 정부 측 주장이 워싱턴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전략동맹에 대한 의심은 양국관계의 기술적 문제들이 한·미 안보동맹의 본체까지 흔듭니다. 10년, 20년 계속해온 방위비 협상뿐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 반환과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 협상과 관련한 세부 사항들이 균열을 만드는 민감한 갈등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물밑 사전 조율을 통해 동맹 이슈를 조정·관리하던 양국 정부의 능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인지 전직 관리들조차 의아해합니다. 트럼프·문재인 정부 모두 한·미동맹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북한과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협상에 동맹을 도구로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커집니다.

현 상황이 양국의 동맹 담당자들이 바뀌고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동맹의 큰 틀을 중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대사께서 초대 6자회담 대표로서, 최고 북핵 전문가이지만 한·미동맹 복원을 위해 집중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5일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지소미아 문제 해결부터 기대하겠습니다.

정효식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