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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문 대통령, 수갑찬 조국…한국당 유튜브 애니메이션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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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유한국당이 28일 당 공식 유튜브에서 공개한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과 수갑 찬 조국 전 장관이 담긴 애니메이션. [오른소리 유튜브 캡처]

자유한국당이 28일 당 공식 유튜브에서 공개한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과 수갑 찬 조국 전 장관이 담긴 애니메이션. [오른소리 유튜브 캡처]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 패러디 #민주당 “천인공노할 내용” 비판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지구나.”

자유한국당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오른소리 가족’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한 애니메이션 ‘벌거벗은 임금님’에 등장한 대사다. 앞의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 뒤의 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보이는 캐릭터를 향해 던진 말이다.

‘임금님’은 안보 재킷, 경제 바지, 인사 넥타이 등 간신들이 건넨 옷을 입었다가 백성들 앞에 벌거벗은 채로 등장한다. 영상에선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는 말이 이어진다.

한국당은 이날 별도의 인형극과 함께 가족 캐릭터도 소개했다. 특히 인형극에서 반려견 ‘덕구’역을 연기한 황교안 대표는 “당 차원에서 가족 캐릭터를 만들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아마 최초일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당이 좋은 정책을 잘 만들고도 딱딱하고 재미없어서 제대로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제는 당의 입장을 쉽고 재밌고 부드럽게 전달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강한 반발을 불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려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인가”라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겠단 건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환생 경제’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온갖 잡스러운 욕설을 퍼부어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깃털처럼 가볍고 균형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한국당의 DNA인가 보다”라고 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비판의 품격은 지키라”며 “한국당은 과거 표창원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전시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내걸렸던 기억을 벌써 잊었는가”라고 했다.

비판이 커지자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발표를 총괄한 김찬형 홍보본부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해외에서 이 같은 정치 풍자나 패러디는 비일비재하다”며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로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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