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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돌고 커피배달까지…로봇이 빌딩을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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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앉아!” “자, 이제 들어가.”

자동화 도시 축소판 네이버 2사옥 #0.1초 얼굴 인식으로 출입 가능 #각종 회의록은 AI가 기록해줘 #“사람과 로봇 상호공존 실현할 것”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네이버가 주최한 국내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9’에 4족 로봇 ‘미니치타’가 아장아장 걸어들어와 시연을 보이자 박수가 터졌다. 미니치타는 네이버랩스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함께 개발한 로봇이다.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는 것은 물론 공중제비까지 가능하다.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 박사 출신인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이날 미니치타 같은 첨단 로보틱스와 초정밀(HD) 지도로 발전시켜온 증강현실(AR), 자율주행기술 등을 집약해 미래 ‘자동화 도시(Autonomous City)’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발표에선 무인배달·무인상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도로용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ALT’와 카페 배달로봇 ‘어라운드C’도 최초 공개됐다.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ALT’. [사진 네이버]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ALT’. [사진 네이버]

앞서 네이버랩스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ES에서 클라우드로 조종하는 5세대(G) 브레인리스(뇌가 없는) 로봇 팔 ‘앰비덱스’와 실내용 길 안내 로봇 ‘어라운드G’를 공개하기도 했다. CES에서 데뷰로 이어지는 이런 행보는 검색 포털에서 첨단 기술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네이버의 의지로 풀이된다.

커피 배달로봇 ‘어라운드C’. [사진 네이버]

커피 배달로봇 ‘어라운드C’. [사진 네이버]

석 대표는 자동화 도시의 시초로 네이버 제2 사옥을 꼽았다. 그는 “제2 사옥을 로봇-자율주행-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모든 미래 기술이 연결된, 기존 기술 실증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테크 컨버전스(융합) 빌딩’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제2 사옥은 경기 성남시의 네이버 본사 옆에 건축 중인 건물이다.

석 대표에 따르면 이 건물에는 ▶0.1초 얼굴 인식을 통한 공간 출입 ▶회의록 작성 AI ▶자율주행 로봇을 위한 로봇 전용로와 센서 시스템 ▶5G 로봇 기술 등이 들어간다. 여기에 빌딩 외부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네이버는 “가장 인간 친화적인 로봇과 로봇 친화적인 빌딩으로 사람과 로봇의 상호 공존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로봇 친화형 네이버 제2 사옥

로봇 친화형 네이버 제2 사옥

한편 네이버는 이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를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이 벨트는 한국-일본-프랑스-베트남 등을 거점으로 국경 없는 기술 교류와 AI 인재 양성이 목표다. AI와 자율주행 분야 등에서 기술 패권이 미-중 양강 구도로 넘어간 것에 조급함을 느끼는 아시아·유럽계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개별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불가능한 거대 연구를 함께 할 수 있지 않냐는 구상이다.

오는 11월 28~29일 프랑스 그르노블 네이버랩스 유럽에서 열릴 ‘AI 포 로보틱스(AI for Robotics)’ 워크숍이 그 시작이다. 네이버는 이 워크숍에 AI와 로봇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 각국 석학 11명을 초청한 상태다.

석 대표는 “얼마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고 해 화제가 됐지만, AI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 연구 벨트를 미국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견줄 만한 글로벌 인재 풀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데뷰는 네이버가 2008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로, 국내외 개발자들의 기술 교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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