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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직, 오래 있어도 흉하고 멋대로 할 수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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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수도권 의원들이 이낙연 총리 언제 (당에) 돌아오느냐고 물어오는 일이 요즘 많네요.”

"당 언제 돌아오나" 수도권 與의원들 관심 # 이낙연 총리 국회 출석…본인 거취 물음에 답변

이 총리 당 복귀 및 총선 역할론과 관련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얘기다. 이 의원은 이 총리한테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를 물려받은 당내 ‘이낙연계’다. 이 의원은 “민주당 승리와 정부 성공을 위해 이 총리 본인이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이 총리가 총리직을 그만두고 돌아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로 최장수 국무총리가 됐다. 2017년 5월 31일 취임해 정확히 재임 881일이 됐다. 87년 체제 이후 최장기 총리였던 김황식 전 총리(880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런 기록이 붙었다는 것은 저에게 분이 넘치는 영광”이라며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인데 특별한 소감이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페이스북에 “부족한 제가 최장수 총리가 됐다는 이유. 국민께 더 낮게, 더 가깝게 다가가며, 더 멀리 미래를 준비하는 내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2년 5개월 동안 이 총리가 쌓은 이미지는 ‘내각 군기반장’ ‘깨알 수첩’ ‘사이다 답변’ 등이다. 언론인→국회의원(4선)→전남도지사(민선 6기)→총리의 이력인 그는 문재인 정부 중반까지 국정 운영의 한 축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왔다는 평이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0%대 지지율로 1위를 지켜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371회 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①당에 언제 돌아오나

정치권 관심은 이 총리의 당 복귀와 역할이다. 이 총리는 이날 “당ㆍ청과 조율을 거쳐 거취를 결정할 계획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당연히 저의 거취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화롭게 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종합정책질의에 나와서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의 거취 질문에 “눈치 없이 오래 머물러있는 것도 흉할 것이고 제멋대로 (처신)해서 사달을 일으키는 것도 총리다운 처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일 없게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와 가까운 이들은 그의 총선 전 복귀를 강하게 주장한다. 이 총리의 서울대 법대 8년 선배이자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표 재직 당시 이 총리가 비서실장으로 보좌한 정대철 전 대표는 통화에서 “나는 최대한 빨리 그만두고 나오라고 한다”며 “2인자로 팔로워(Follower) 정치할 게 아니라 리더(Leader)로서 큰 정치 하려면 자기 입장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지휘를 하면서 세력을 키워놔야 차기 대선 가도가 탄탄해진다는 의미다. 이 총리 정무라인 출신의 민주당 인사도 “12월 10일 정기국회 후, 그리고 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 16일 전까지는 이 총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개각 변수다. 마땅한 후임자가 나오지 못하면 발이 묶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행사에서 “지금 법무부 장관 외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총리직은 인사청문회는 물론 국회 표결도 통과해야 한다. 조국 정국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 자칫 레임덕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인적 쇄신론과 정치 일정상 “무작정 이 총리를 붙잡을 수 없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경제를 잘 알면서 대야(對野) 관계가 원만하고, 검증된 정치인을 후임자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김진표ㆍ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 중진 발탁설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일각에선 김현미(국토부)ㆍ유은혜(교육부) 장관 등을 후보군으로 꼽기도 하나 연쇄 이동에 따른 인선 부담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②정치인 이낙연의 역할은

총선 전 복귀가 이뤄지면 이 총리는 선대위원장직을 맡게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선 이해찬 대표가 경선과 공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이 총리는 선대위원장 간판으로 전국을 누비는 모양새를 기대하는 이들이 꽤 있다. 항간에선 이 총리가 서울 종로 또는 세종시 등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 총리 주변에서는 “지역구 출마보다 선거 전체 판을 이끄는 사령관 역할이 더 낫다”는 얘기가 많다.

총선 이후 행보는 차기 대선에 맞춰질 거란 관측이다. 이 총리 본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자리는) 정말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를 날마다 느낀다”라면서도 “차기 대선은 대북ㆍ대외 정책 이런 것이 중요시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투톱 외교’를 강조하며 이 총리에게 외교 측면에서 역할을 맡겨왔다. 올해 이 총리 역시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대일(對日) 외교 무대에 올랐다.

다만 당내 세력이 적고 친문의 지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정치인 이낙연의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는 결국 (대선) 페이스 메이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란 얘기도 있다.

반면 ‘이낙연 간판’으로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 총리가 연말께 당에 돌아와 깃발을 꽂으면 이 총리를 중심으로 쇄신파가 결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총리가 당에 돌아가면 모일 사람이 수십명은 된다”고 했다. “옛날만큼 뚜렷한 계파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비문ㆍ소장파 의원들이 이낙연 지지그룹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서다. 결국 이 총리 복귀시 어떤 정치 비전을 제시하느냐, 얼마나 공감을 얻느냐가 세 확산의 1차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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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ㆍ하준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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