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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IS 수장 훌쩍대며 개처럼 죽었다" 48분간 잔혹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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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요일 오전 9시 20분 백악관 디플로매틱 룸에서 전날 벌어진 이슬람국가(IS) 수장 알 바그다디 제거를 발표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요일 오전 9시 20분 백악관 디플로매틱 룸에서 전날 벌어진 이슬람국가(IS) 수장 알 바그다디 제거를 발표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알바그다디는 자폭해 죽기 직전까지 도망치는 내내 훌쩍대고 울부짖고, 비명을 질러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일요일 오전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 제거 작전을 잔인할 만큼 극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했다. 8년 전 2011년 5월 1일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 2977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주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당시 54)을 10년 만에 "사살했다"고 발표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와 회견에 48분을 썼지만, 오바마의 발표는 9분 만에 끝났다.

"막다른 골목 자폭, 겁쟁이처럼 죽었다" #트럼프 최후 순간 48분 잔혹 극적 묘사, #오바마 "빈라덴 제거" 9분만 발표 끝내 #시리아 철군 쿠르드족 배신 논란 만회, #결정적 도움 쿠르드 감사 표현 최소화

27일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으로 숨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은신처로 알려진 시리아 북서부 바리샤 마을 인근 건물의 위성사진.[로이터=연합뉴스]

27일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으로 숨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은신처로 알려진 시리아 북서부 바리샤 마을 인근 건물의 위성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토요일 밤 트위터를 통해 "방금 아주 큰 일이 벌어졌다"고 알린 뒤 백악관을 통해 다음날 오전 9시 대국민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 그런 뒤 일요일 9시 20분에 "지난밤 미국은 세계 최고(number one) 테러 지도자를 정의의 심판을 받게 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미군 특수작전 부대(델타 포스)가 시리아 북서부에서 위험하고, 대담한 야간 습격 작전을 진행했으며 장엄하게 그들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알바그다디의 최후를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했다. "여덟대의 헬기를 나눠탄 우리 멋진 전사들이 은신처를 급습한 뒤 부비트랩이 설치된 정문을 피해 벽을 뚫고 건물에 진입했다""은신처에 있던 사람들은 투항하거나 사살됐다. 11명의 아이는 다치지 않고 건물 밖으로 이동시켰지만, 오직 한 명 바그다디만 남아 세 명의 자신의 어린아이들을 끌고 터널로 들어갔다""그는 터널 막다른 골목에서 폭탄 조끼를 점화해 자신과 아이들을 숨지게 했다""터널은 폭발로 붕괴되고 시신도 훼손됐지만, 현장에서 생물학적 검사결과 알바그다디임을 완전히 확인했다" 등이다.

미군 특수부대 급습 작전이후 폐허로 변한 시리아 북서부 바리샤 마을 인근의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주택의 모습. 27일 미군 헬기의 공격에 9명이 숨졌다고 현지 인권단체는 전했다.[AFP=연합뉴스]

미군 특수부대 급습 작전이후 폐허로 변한 시리아 북서부 바리샤 마을 인근의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주택의 모습. 27일 미군 헬기의 공격에 9명이 숨졌다고 현지 인권단체는 전했다.[AFP=연합뉴스]

그러면서 IS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미국 민간인 희생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오늘 사건은 우리가 IS 테러리스트 잔당을 잔혹한 최후까지 계속 추적할 것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며 "그들은 아주 겁먹은 강아지인 동시에 지독한 살인자였다"고 했다. "그들은 제임스 폴리, 스티븐 스코틀로프, 피터 캐싱과 케일라 뮬러를 특히 악랄하게 살해했다"고 말했다. 울부짖는 것을 직접 영상을 통해 들었느냐는 질문에 "알바그다디는 겁에 질렸고 제정신이 아니었고 개처럼, 겁쟁이처럼 죽었다"며 "그들이 케일라에게 한 짓을 생각해보라"고 거듭 말했다. 뮬러는 인권운동가로 2013년 8월 시리아 알레포의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 지원 활동을 하던 도중에 IS에 납치된 뒤 살해당했다.

26일 미군 특수부대 습격 도중 자폭한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알바그다디[AP=연합뉴스]

26일 미군 특수부대 습격 도중 자폭한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알바그다디[AP=연합뉴스]

그는 추적 관련 정보와 작전 내용도 공개했다. "2~3주 전부터 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두세 차례 작전을 계획했다가 그가 막판에 마음을 바꿔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어제 마침내 그가 거기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나는 오후 5시 백악관 상황실로 내려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작전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가 사망한 뒤 현장에서 미리 가져간 그의 DNA로 신원을 확정하기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작전 도중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바그다디 아내 두 명도 어쩔 수 없이 사살했다"라고도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5월 1일 밤 11시 35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긴급 발표했다.[백악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5월 1일 밤 11시 35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긴급 발표했다.[백악관]

반면 8년 전 오바마의 발표는 작전 당일 밤인 11시 35분에 대국민보고 형태로 이뤄졌다. 트럼프처럼 빈 라덴의 최후에 대해 극적인 묘사는 전혀 없이 간결하고 담담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공격인 9·11 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전임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 전쟁의 경과를 설명한 뒤 자신도 취임하자마자 빈 라덴 체포 또는 사살을 최우선 사항으로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정작 당일 작전에 대해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교전 끝에 빈 라덴을 사살했고(killed), 시신을 확보했다"가 끝이었다. 대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은 알카에다를 계속 추적할 것"이라며 "미국은 절대 이슬람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며 빈 라덴은 이슬람 신도의 대량 학살범"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알바그다디 제거에 대한 극적이고 떠들썩한 발표는 미군의 시리아 북부 철군과 쿠르드족 동맹에 대한 배신 논란을 극복하려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작전 성공과 관련 러시아·터키·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해 거듭 감사를 언급하면서도 결정적 도움을 준 쿠르드족에겐 "'일정한 도움'에 감사하고 싶다"고 하는 데 그쳤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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