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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독도, 日보다 빨리 간다" 울릉도는 군사기지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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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을 태운 행정선(관용 선박)은 검푸른 동해의 물살을 가르고 독도로 향했다. 그러나 독도 앞바다는 쉽게 입도(入島)를 허락하지 않았다. 독도의 날(25일)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전, 울릉도에서 닻을 올린 배는 출항 1시간여 만에 기상 악화로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전날까지 짙푸르던 동해의 하늘은 순식간에 어둑해졌고 파도는 3m 가까이 높아졌다. 독도 입항을 위해 포항에서 4시간여를 꼬박 달려온 만큼 취재진의 아쉬움은 컸다. 행정선의 닻은 다시 울릉도 연안에 내려졌다.

사동항에서 현포항으로 이동하는 선박에서 본 울릉도 전경. [허정원 기자]

사동항에서 현포항으로 이동하는 선박에서 본 울릉도 전경. [허정원 기자]

이번엔 실패로 끝났지만, 내년부터 독도 상륙은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군사·관광·과학의 전초기지로서 독도의 모도(母島)인 울릉도의 기능이 확대해 독도에 대한 접근성은 물론 한국의 실효적 지배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독도 출항에 앞서 둘러본 울릉도 곳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독도 실효지배 강화할 요충지, 사동항·울릉공항

22일 찾은 울릉도 남쪽 해안의 사동항은 다목적 항만으로 탈바꿈하려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정부는 독도에 대한 영토 관리를 강화하고, 기존 도동항과 저동항의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사동항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2011년부터 투입된 예산만 278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이미 완공된 길이 640m의 동쪽 방파제는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로부터 항구를 지켜주고 있었다.

2020년 완공되는 사동항과 동방파제 외곽에 건설되는 울릉 공항(2025년 완공) 조감도. [국토교통부]

2020년 완공되는 사동항과 동방파제 외곽에 건설되는 울릉 공항(2025년 완공) 조감도. [국토교통부]

내년이면 해군 함정 정박용 부두 400m, 해경 부두 175m, 여객 부두 305m 등 총 1025m에 달하는 접안 시설이 이곳에 들어선다. 현장에서 만난 박병덕 사동항 2단계 접안시설 축조공사 건설사업관리단장은 “사동항이 완공되면 해군 함정 1척과 해경 경비함 2척, 국가어업지도선 2척이 상시 접안할 수 있어 어업지도·불법 어업 단속도 쉬워질 것”이라며 “기상 악화 시 여객선과 어선이 피항할 수 있어 해상 교통 안전성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사동항이 완공되면 해군 함정과 해경 경비정의 독도 출동 시간이 현재의 절반으로 단축된다. 기존 죽변(울진)항에서 해경 함정이 출동하면 독도까지 약 5시간 50분이 소요됐지만, 사동항에서는 독도까지 2시간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일본 함정은 오키섬에서 독도까지 158㎞ 거리를 약 2시간 50분 만에 항해할 수 있었다. 한국 함정이 일본 함정보다 3시간 늦게 도착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지난 22일 러시아 군용기 6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침범하는 등 최근 독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동항의 군사적 가치는 크다는 평가다.

2025년에는 사동항 인근에 1.2㎞, 너비 30m 규모 활주로를 갖춘 울릉공항도 새롭게 들어선다. 동쪽 방파제 외곽 바다를 매립해 건설되며, 약 663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만 이착륙이 허용되지만,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총 7시간에 달했던 소요시간이 단 1시간으로 줄어든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공항이 완성되면 연간 30만명 수준의 관광객이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도 해양연구 첨병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울릉도, 독도해양연구기지는 지난 2014년 멸종한 독도 바다사자 DNA를 확보, 올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독도 동도에서 발견된 물범의 모습. [뉴스1]

울릉도, 독도해양연구기지는 지난 2014년 멸종한 독도 바다사자 DNA를 확보, 올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독도 동도에서 발견된 물범의 모습. [뉴스1]

사동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를 반 바퀴 돌아 울릉군 북면 현포리를 찾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만이 불을 밝힌 채 현포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도의 바다만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임장근 기지대장은 “내년 중에는 그간 숙원 사업이었던 독도 연구조사선이 건조된다”며 “그간 회당 400~450만원을 주고 어선을 빌려 연구해왔지만, 연구조사선이 건조되면 선박 내에서 2~3일 거주하며 독도 연안과 해양 생태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국제 학계에 독도의 이름을 알리는 역할도 하게 된다. 2014년 4월에는 일본에 의해 멸종한 독도 바다사자의 DNA를 확보해 올해 9월 국제학술지 OSJ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국제유전자은행에 DNA 발견장소를 ‘리앙쿠르’가 아닌 독도·동해로 표기한 설명자료를 제출해 세계에 알렸다. 또 해조류를 뜯어먹어 독도 해역을 황폐화하는 성게의 증식을 억제하는 등 생태계 보전 역할도 수행한다. 임 대장은 “이 같은 방식의 연구 활동 역시 독도 생물 주권과 영토 수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향후 독도의 해양뿐 아니라 육상 생태계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도=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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