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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2명 중 1명 비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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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웹툰작가 김모(38)씨는 체질량지수(BMI) 30.8로 고도비만이다. 김씨는 “마감 땐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이상 앉아서 작업한다. 하루 10분도 걷지 않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땐 피자나 치킨을 시켜먹고, 간식으로 초콜릿과 과자, 과일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김씨처럼 표준 체중 범위를 벗어나는 비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인 30대 남성 두 명 중 한 명꼴로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러한 결과를 담은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발표했다.

취직·결혼하며 신체 활동량 급감 #육류 섭취는 20년 새 2배로 늘어 #가공식품 탓 젊은 위암환자 급증

19세 이상 비만 인구는 1998년 26%에서 지난해 34.7%로 20년새 크게 올랐다. 특히 남성은 같은 기간 25.1%에서 42.8%로 급증했다. 여성은 26.2%에서 25.5%로 다소 감소했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예전보다 많이 먹지만 신체활동은 감소하면서 비만이 급증한 것”라고 풀이했다.

점점 높아지는 비만 유병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점점 높아지는 비만 유병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남성의 경우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은 20년 전 2153㎉에서 2302㎉로 증가했다. 여성은 같은 기간 1729㎉에서 1661㎉로 줄었다. 지방 섭취량은 40.1g에서 지난해 49.5g까지 증가했는데 남성의 증가 폭이 11.5g인 반면 여성은 6.7g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오 과장은 “채소와 과일보다 동물성 식품 섭취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육류 섭취량은 68g(98년)에서 130g(2018년)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신체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걷기 실천율은 남녀 모두 줄었다. 조사를 시작한 2005년만 해도 10명 중 6명(60.7%)은 최근 1주일간 하루 총 30분 이상 5일 넘게 걸었는데 이 비율이 지난해 40.2%로 줄었다.

가장 문제는 30대, 그 중에서도 남성이다. 남녀를 합해 30~39세 10명 중 4명(37.8%)이 비만이다. 20년 전(24.6%)과 비교하면 13% 포인트 이상 늘었다. 특히 28.4%에 불과했던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지난해 51.4%로 처음 50%를 넘겼다. 두 명 중 한 명은 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인 비만이란 얘기다. 여성은 22.5%로 남성보다 낮았지만, 20년 전(20.9%)과 비교해 소폭 늘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0대는 회식 등 직장생활로 인해 섭취하는 열량이나 포화지방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취직과 결혼 등을 기점으로 신체 활동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여성의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대해 “외모에 대한 개인적 관심과 사회적 압력이 달라서”라고 설명했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비만율과 가공식품 섭취가 늘면서 젊은 위암 환자도 늘고 있다. 특히 20~30대는 전이가 빠른 위암에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동국대 오 교수는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비만율이 낮은 편’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국민들이 운동시설에 쉽게 접할 수 있고, ‘저열량-고영양’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수연·정종훈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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