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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생활 마지막 꿈이 이뤄졌다"…영암서 트로트 센터 문 여는 하춘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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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의 하춘화 전시관 앞에 선 가수 하춘화. 마네킹이 입고 있는 의상은 그가 데뷔 40주년 기념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입었던 옷이다. 오종찬 프리랜서

전남 영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의 하춘화 전시관 앞에 선 가수 하춘화. 마네킹이 입고 있는 의상은 그가 데뷔 40주년 기념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입었던 옷이다. 오종찬 프리랜서

한국의 전통가요, 트로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이하 가요센터)가 29일 월출산 자락 전남 영암에서 문을 연다. 가야금산조기념관, 조훈현바둑기념관 등이 들어서 있는 기찬랜드 안에 연면적 2203㎡(약 666평), 지상 2층 규모로 자리잡았다. 지난 25일 개관식 준비가 한창인 가요센터를 찾아가 명예센터장을 맡은 가수 하춘화(64)를 만났다. 그는 “가수 생활의 마지막 꿈이 현실화되는 첫걸음을 뗐다”며 감격스러워 하면서 “아버지가 조금만 더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지난 7월 작고한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가요센터는 그가 아버지와 함께 오래전부터 꾼 꿈이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1961년 딸의 데뷔 때부터 50여 년 동안 모은 트로트 관련 자료와 수집물을 7년 전 자신의 고향인 영암군에 기증, 가요센터 건립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29일 개관…명예센터장 맡아 #"전문 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킬터"

영암군이 지난해 3월부터 총 사업비 105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가요센터에는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트로트의 역사를 짚어보고 대표 히트곡들을 들어볼 수 있는 상설 전시관 ^그의 공연 의상과 사진ㆍ영상ㆍ팸플릿 등을 한데 모은 하춘화 전시관 ^300석 규모의 소극장 등이 들어섰다. 고복수ㆍ김정구부터 박현빈ㆍ장윤정까지 각 시대 대표 트로트 가수들을 동판에 새겨 소개하는 ‘명예의 전당’도 마련됐다. 29일 오후 2시 열리는 개관식에는 주현미ㆍ설운도ㆍ현숙 등이 참석해 MC 이상벽, 특별게스트 송해 등과 함께 트로트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전남 영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1층의 한국 전통가요 역사관.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트로트 역사가 시대 순으로 전시돼 있다. 오종찬 프리랜서

전남 영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1층의 한국 전통가요 역사관.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트로트 역사가 시대 순으로 전시돼 있다. 오종찬 프리랜서

가요센터를 만들며 어디에 가장 초점을 맞췄나.  

“교육이다. 가요센터를 전통가요 학교로 확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순수음악은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데 트로트는 전문 학교가 없다. 실용음악과도 전통가요에 딱 떨어지는 과가 아니다.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곳에서 교육받고, 연습하고, 음반도 내고, 공연도 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처음엔 아카데미로 시작해 전문대 과정까지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마음껏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연장ㆍ연습실 등의 음향ㆍ조명 시스템 등을 최고로 갖췄다. 후배들이 부러울 정도다.”

모델로 삼은 학교가 있나.  

“일본 효고현에 있는 다카라즈카 음악학교다. 2년 과정의 이 학교를 졸업해야 100여 년 전통의 뮤지컬 극단인 다카라즈카 가극단 단원이 될 수 있다. 1970년대 10대 때 처음 이 가극단의 공연을 보고 음악학교에 대해 알게됐다. 굉장히 부러웠다. 이번 가요센터 착공 전에도 다시 다녀왔다. 대극장 옆에 학교가 딱 붙어있는데, 가요센터 아카데미도 그렇게 운영하려고 한다.”

최근 ‘송가인 바람’을 타고 트로트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시작한 일인데,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생각난다. 가요센터 개관 타이밍으론 맞춘 듯 딱 맞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트로트 가요라고 하면 마음의 한을 노래로 푸는 비탄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경쾌하고 분위기 띄우는 전통가요가 많다. TV에서 젊은 사람들이 트로트 부르는 일이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트로트가 ‘우리도 향유할 수 있는 장르’로 인식이 바뀐 것 같다.”

전남 영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의 하춘화 전시관 앞에 선 가수 하춘화. 7년 전 그의 아버지가 영암군에 기증한 그의 옛 앨범들이 전시돼 있다. 오종찬 프리랜서

전남 영암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의 하춘화 전시관 앞에 선 가수 하춘화. 7년 전 그의 아버지가 영암군에 기증한 그의 옛 앨범들이 전시돼 있다. 오종찬 프리랜서

다시 찾아온 트로트 전성시대 덕에 그도 더욱 바빠졌다. 최근 ‘TV는 사랑을 싣고’(KBS1), ‘아침마당’(KBS1),  ‘라디오 스타’(MBC)  등에 연이어 출연했고, ‘노래가 좋아’(KBS1)가 19일부터 6주 동안 진행하는 ‘트로트가 좋아’ 특집에선 심사위원을 맡았다. 거기에 가요센터 개관 준비까지 관여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아플 시간도 없다”면서도 그는 “내 본업은 가수”라고 강조했다. 2021년 데뷔 6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이미 기념음반 ‘마산항엔 비가 내린다’를 발표해둔 그가 요즘 몰두하는 일은 60주년 이후의 신곡 준비다. 그는 "후보곡이 100곡 가까이 쌓여있다. 하루도 노래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면서 “연륜이 쌓인 만큼 대중의 기대치는 더 높다. 그래서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암=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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