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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매일 먹는 파리지엔이 날씬한 이유 뭘까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4)  

“당신이 먹은 것이 무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 Brillat Savarin-

“밀가루 음식은 몸에 나빠. 밀가루 음식은 살이 쪄! No 밀가루.” ‘빵’에 대한 단어를 떠올리면 고정관념처럼 항상 따라오는 이야기들이지요. 여기서 우리가 가져봐야 할 의문은 그럼 빵을 간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먹는 유럽 사람들도 몸이 좋지 않거나 비만이 많겠냐는 점입니다.

프랑스를 여행할 때 새벽부터 빵집 앞에 줄을 서서 신선한 바게트를 사 먹는 날씬한 파리지앵들을 기억합니다.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들도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와 포카치아, 치아바타 등의 다양한 빵을 식사시간에 함께 합니다. 늘 세계 5위권 안의 장수국가인 스위스 사람들도 잘 발효된 치즈와 천연발효빵을 주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먹는 빵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유럽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주로 인지하는 ‘빵’에 대한 생각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유럽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빵’을 인식하는 방식과 선호하는 섭취 방식, 종류에는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유럽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빵’을 인식하는 방식과 선호하는 섭취 방식, 종류에는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빵’을 주식으로 먹는 유럽에서는 빵 반죽에 천연발효종을 넣고 통밀 또는 호밀을 섞어 만든 빵을 주로 먹습니다. 또한 천연발효빵과 함께 잘 발효된 치즈와 유제품, 그리고 과일잼을 함께 섭취합니다. 우리는 주식인 ‘밥’을 지을 때 건강을 위하여 현미, 찹쌀, 콩 등 잡곡을 넣고 발효한 간장과 된장 등을 넣어 우리 고유의 발효 음식인 김치와 여러 가지 밑반찬들을 함께 섭취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발효 음식’인데요.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효 음식인 된장, 간장, 김치의 역할을 유럽에서는 천연발효 빵과 치즈, 요거트로 그 종류는 다르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발효 음식을 늘 식습관에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천연발효 빵을 유럽에서는 사워도우 브레드(Sourdough bread)라고 부릅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신맛이 나는 빵’이라는 뜻인데, 이 독특한 신맛은 미각이 조금이라도 예민한 사람이라면 분명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신맛’은 유럽식 천연발효빵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낯선 것이 아닙니다.

커피 빈을 발효해 로스팅한 커피의 은은하게 느껴지는 신맛과 숙성이 잘된 김치의 달큼한 신맛에서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요거트 기계로 홈메이드 요거트를 만들어주시던 엄마표 요거트에서도 그럼 신맛이 났었습니다. 그 특유의 살짝 시큼하면서도 깊은 맛은 ‘발효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천연발효 빵에서만 느낄 수 있는 구수하고 시큼한 향. 빵을 고를 때 향을 맡아보세요.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천연발효 빵에서만 느낄 수 있는 구수하고 시큼한 향. 빵을 고를 때 향을 맡아보세요.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발효’라는 메커니즘에서 생성된 초산(Acetic acid)과 유산(Lactic acid)이 바로 천연발효 빵만의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산 성분은 빵의 글루텐 조직을 연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빵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도 천연발효 빵을 먹으면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유익한 발효 산물과 효소를 함께 섭취하게 되면 우리의 장이 힘을 얻어 음식의 좋은 영양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흡수된 좋은 영양성분은 우리의 혈관과 혈액, 피부에까지 전파되면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줍니다. ‘발효’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천연발효 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천연발효 종은 밀과 물, 단 두 가지 재료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천연발효 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천연발효 종은 밀과 물, 단 두 가지 재료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빵이 인류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에서부터입니다. 발효종에 해당하는 사워도우 브레드를 빵에 넣고 만들어 먹었던 흔적을 고고학자들이 찾아내면서 천연발효 빵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빵을 만드는 과학적 기술 없이 빵을 만들어 먹었는데, 다양한 정보와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은 더욱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지요.

천연발효 빵의 ‘발효’는 시골의 장독대에 담그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아니라 도시 환경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냉장고가 있으니까요. 천연발효 빵의 기본이 되는 ‘천연발효 종(Sourdough starter)’은 밀과 물 단 두 가지 재료와 유리병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천연발효종 만들기

1일 차: 밀 50g과 물 50g을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섞어준다.
12시간 후: 약 12시간 후 밀 50g+물 50g을 넣어준다.
2일 차: 약 12시간 후 밀 50g+물 50g을 넣어준다.
3일 차: 100g을 덜어내어 버린 후 밀 50g+물 50g을 넣어준다.
4일 차: 100g을 덜어내어 버린 후 밀 50g+물 50g을 넣어준다.
*5일 차 이후부터는 빵 반죽에 넣어 천연발효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발효종에 밀+물을 동일한 양으로 넣어주면서 실온에 보관하면 천연발효 빵을 만들 수 있는 천연발효종이 완성됩니다. 동량으로 밀+물을 넣어주고 양이 너무 많아질 경우 일부를 버리면서 관리를 해주면 됩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발효종에 밀+물을 동일한 양으로 넣어주면서 실온에 보관하면 천연발효 빵을 만들 수 있는 천연발효종이 완성됩니다. 동량으로 밀+물을 넣어주고 양이 너무 많아질 경우 일부를 버리면서 관리를 해주면 됩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천연발효종 관리하기

1. 빵을 만들지 않을 때: 일주일에 2번씩 꺼내어 4일 차 때 진행했던 버리고 먹이 주는 과정(-100g, 밀 50g+물 50g)을 반복해줍니다.
2. 빵을 만들 때: 반죽하기 1~2시간 전에 먹이 주기를 해준 후 기포가 윗면에 올라오면 반죽에 넣어줍니다.

발효가 주는 몸의 유익한 점들을 알고 나면 발효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기도 쉬워지고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천연발효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 먹는 것보다야 물론 고생스럽고 어렵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천연발효빵은 내 몸의 인체 구성 요소들에 골고루 흡수되면서 혈관과 장, 세포 등에 건강한 세자양분이 되어 줄 것입니다. 프랑스의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의 말처럼, 어떤 것을 먹는 것인지가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주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천연발효빵 레시피와 이야기로 함께 하겠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파티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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