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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88조 구글 '유튜브' 아성 넘보는 아마존 '트위치'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유세 연설을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 트위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유세 연설을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 트위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와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대선 유세 연설을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Twitch)를 통해 생중계했다. 트럼프가 트위치에 가입한 지 2주 만에 구독자는 9만6000명으로 늘었다. 4년 전 시작한 트럼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20만 명을 금방 따라잡을 기세다.

트럼프, 트위치 가입 2주만에 구독자 10만명 #"트럼프, 재선 위해 싫어하던 아마존에 굴복" #트위치 스트리밍 점유율 72%…유튜브 4배 #구글 트위치 원했지만, 반독점 문제로 포기 #유튜브·트위치 플랫폼 경쟁 아닌 공생 관계

미국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은 자회사 트위치의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기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녹화 방송의 최강은 여전히 유튜브지만, 온라인 생방송 시장은 트위치가 꽉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리밍 분석업체 스트림엘리먼트에 따르면, 트위치는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트리밍 방송 시청 시간의 72.2%(약 27억 시간)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유튜브(19.5%·약 7억3500만 시간)의 네 배다. 트위치의 사용자 평균 연령은 25세로, 이들은 영상 편집본은 유튜브에서 보지만, 생방송은 주로 트위치에서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방송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은교kim.eungyo@joongang.co.kr

생방송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은교kim.eungyo@joongang.co.kr

트위치 아마존 인수 5년 만에 몸값 4배 상승  

트위치는 미국 예일대 동창인 에머트 시어와 저스틴 칸 등이 2011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디지털 방송 서비스다. 아마존은 2014년 8월 동영상 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9억7000만 달러(1조1400억원)를 들여 트위치를 인수했다. 이는 아마존이 2009년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를 인수할 때 쓴 12억 달러(1조4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미 포브스는 “구글도 트위치 인수를 타진했지만, 반독점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구글이 2005년 16억5000만 달러(1조9400억원)에 인수한 유튜브는 현재 증권사 모건스탠리로부터 1600억 달러(188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트위치는 아마존이 인수한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몸값이 벌써 4배 뛴 37억9000만 달러(4조5000억원)다. 유튜브와 트위치의 주 수입원은 광고와 유료회원 구독이다.

유튜브는 매출, 수익뿐 아니라 비디오를 통해 게재되는 광고 숫자, 이용자 숫자 등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 해 매출을 160억~250억 달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지난해 매출은 1368억 달러(161조원)를 기록했다. 알파벳의 루스 포럿 최고재정책임가(CFO)는 “유튜브는 전체 알파벳 매출에 ‘중요하고 강한’ 기여를 했다”라고 말했으나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2020년 대선 앞두고 아마존에 굴복"

 트위치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 수는 1억2000만명에 육박한다. 사용자 평균 연령은 25세, 1인당 평균 시청 시간은 하루 90분이 넘는다. [사진 트위치]

트위치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 수는 1억2000만명에 육박한다. 사용자 평균 연령은 25세, 1인당 평균 시청 시간은 하루 90분이 넘는다. [사진 트위치]

게임 방송에 대한 강점을 내세워 구독자를 늘린 트위치는 최근 스포츠·음악·영화·정치 등으로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등이 트위치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소통하는 채널로 트위치를 선택하는 이유는 실시간 시청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를 '세금 도둑'이라며 비난해온 트럼프마저도 트위치 계정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미 CNBC는 “트럼프가 내년 재선을 앞두고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악감정을 억눌렀다”고 비꼬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루 평균 1500만 명이 찾는 트위치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유세 연설의 최고 동시 접속자는 1만3000명에 달했다.

한국의 유명 유튜버(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개인 방송인)도 트위치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게임 방송 분야에서 유명한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은 지난해 12월부터 트위치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182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튜브에는 녹화 방송만 짧게 편집해서 올린다. 만화가 김풍(김정환), 이말년(이병건) 등도 트위치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유튜브가 생방송을 진행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쌍방향' 소통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인기  

트위치 창업 멤버인 케빈 린은 ’트위치가 인기를 끈 이유는 동영상 제작자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로이터]

트위치 창업 멤버인 케빈 린은 ’트위치가 인기를 끈 이유는 동영상 제작자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로이터]

개인 방송인들은 유튜브 스트리밍 생방송의 최대 약점으로 원활하지 않은 실시간 채팅 기능을 꼽는다. 시청자가 질문한 내용에 바로 답하며 소통하는 것이 생방송의 묘미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댓글이 실시간 순서대로 표시되지 않거나 먹통이 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답답해진 시청자는 방송을 꺼버리기 일쑤다. 반대로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재미에 트위치 구독자는 늘고 있다.

트위치 창업 멤버인 케빈 린은 “트위치가 인기를 끈 이유는 시청자와 동영상 제작자가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요청 사항을 알려주는 방식 등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라며 “동영상 제작자가 일방적으로 콘텐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주는 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 등 영화 동영상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문법으로 동영상을 제작하지만, 트위치에서는 정해진 시간도 규칙도 없다”고 했다.

트위치의 방송을 시작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e메일 인증을 거쳐 트위치 회원으로 가입한 뒤 홈페이지에서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면 된다.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트위치보다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자신의 방송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설정한 뒤, 동영상 업로드 항목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이동한 뒤 ‘시작하기’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린 창업자는 “개인 방송인의 원활한 활동 없이는 트위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편리한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광고주에 집중하는 플랫폼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써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트위치가 압도적인 1위지만,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인 믹서(Mixer) 투자를 늘리고 있다. MS는 지난 8월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유명 게임 방송인 ‘닌자(타일러 블레빈스)’를 믹서로 영입했다. 닌자는 트위치에서 구독자 1470만 명을 보유하고 한 달 평균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인기 방송인이다.

다만, 동영상 플랫폼이 반드시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의 개인 방송인은 실시간 생방송 내용을 편집해 유튜브에 재업로드하면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며 “따라서 (유튜브와 트위치는) 경쟁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로 보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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