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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셰어하우스에 대한 청년의 부정적 인식 반영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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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한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에서 연구팀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넷임팩트코리아]

25일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한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에서 연구팀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넷임팩트코리아]

대학생 이모(21)씨는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근처 원룸, 오피스텔과 셰어하우스의 월세를 비교하니 셰어하우스가 저렴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처지라 주거비를 단돈 5만~10만원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셰어하우스에 입주했다.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 #우수 12개팀, 6개월 연구 결과 내놔

처음에는 40만원을 내고 2인 1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위생 관념이 부족한 친구와 같이 사는 건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었다. 자꾸 공용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이 사라지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밤 11시에는 자고 싶은데 다른 방 친구들이 시끄러워 잠자기가 쉽지 않았다. 계약 기간 6개월을 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15만원 더 비싼 1인실로 옮겼다. 1인실에서는 6개월을 다 채우긴 했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조금 더 비싼 원룸으로 이사했다.

물론 함께 모여 살아 좋은 점도 있었다. 혼자 사는 것보다 덜 무서웠고, 같은 학교 학생들과 사니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어떻게든 문제가 생겼다. 몇만 원을 더 지출하더라도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혼자 살기로 했다.

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연구원에서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공모로 선정한 12개 시민 연구사업팀이 6개월간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였다.

25일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한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에서 고주형씨가 코리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넷임팩트코리아]

25일 서울연구원에서 진행한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에서 고주형씨가 코리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넷임팩트코리아]

이 자리에서 고주형(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박사과정)씨는 지난 몇 년 새로운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코리빙(co-living, 공유 주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씨와 같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기 지역의 셰어하우스는 자발적으로 입주한 사람이 많은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저렴한 월세 등의 이유로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고씨는 트위터에서 ‘셰어하우스’ ‘원룸’ ‘고시원’ 등의 키워드로 텍스트를 분석했다. 특히 셰어하우스의 경우 2018~2019년의 자료를 보면 “동거인의 위생 수준이 다르면 스트레스로 위염에 걸린다” “나는 자다가 화병이 나서 울었다“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고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셰어하우스를 주제로 한 일본 드라마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2014년부터 한국에서 셰어하우스가 공급됐고, 2016년 말부터는 '지옥이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등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지난 2년 동안은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반 정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고시원을 매입해 셰어하우스로 공급하는 사업에 대해 청년 수요자가 과연 원하는 방향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시가 셰어하우스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고 유행이어서 선택한 것이라면 그대로 진행하기보다는 다시 한 번 청년이 원하는 걸 파악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주제의 발표자로 참여한 강동렬씨도 “많은 청년이 서울시 공공주택이 왜 우리한테는 안 주어지냐고 불만을 얘기한다. 입주 비용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보증금이 1억원, 8000만원이니 부잣집이 아닌 이상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서울연구원의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에서 고주형(가운데)씨와 이승범(맨 오른쪽) 교수가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넷임팩트코리아]

25일 서울연구원의 '작은연구 좋은서울' 결과 발표회에서 고주형(가운데)씨와 이승범(맨 오른쪽) 교수가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넷임팩트코리아]

이 밖에도 넷임팩트코리아와 이승범 필리핀 파운데이션 대학 MBA 교수는 홈리스(가출) 청소년에 대해 공동으로 분석해 정책을 제안했다. 발표를 맡은 이 교수는 “청소년·청년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마음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소외당하고 기죽는 사람이 많았다”며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봤을 때 버릴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어른들이 마음을 열고 이들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모두가 훌륭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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