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한국 정부 보상 후 한·일 기업 기금 마련 ‘α+1+1’안도 부정적

중앙선데이

입력 2019.10.2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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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호 04면

스틸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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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낙연 총리의 방일에 앞서 강제징용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실무선에서 일본 측에 비공식으로 타진했지만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이 방안은 한국 정부가 먼저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이행하고, 추후 징용 관련 일본 및 한국 기업이 자금을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징용 배상 ‘1+1+ α’ 선후 바꾼 방안
이낙연 총리 방일 앞서 실무선 타진
한·일 간극 커 양국 정상회담 불투명

정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SUNDAY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간의 이견 해소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실무선에서 타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1월 해산된 점도 거론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해결 방안으로 지난 6월 ‘1+1’방안(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 출연)을 공식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8.15 광복절을 즈음해 일본 기업이 먼저 배상한 후 한·일 기업과 정부가 기금을 마련해 일본 기업에 변상하는 ‘1+1+알파’ 방안(한·일 기업 외에 한국 정부가 피해 배상 참여)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은 이 안에 부정적이었는데 이번에 선·후를 바꾼 일종의 ‘알파+1+1’ 방안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총리는 지난 24일 귀국 기내 간담회에서 “‘1+1+알파’라고 어떤 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며 “이런 것도 얘기하고 저런 것도 얘기해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워낙 기본 입장에서 양측의 간극이 커 한 번의 총리 회담으로 그걸 좁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도 “알파(α)가 한 가지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차원에서 1안, 2안, 3안 혹은 하나의 알파를 확정해 일본에 제안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며 “(셰익스피어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을 인용해) 피 한 방울 흘리지 말고 살을 1파운드 베어내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정부는 11월 22일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배상금 마련을 위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을 앞두고 다양한 안을 타진 중이다. 여·야 의원 48명은 한·일 정부와 한·일 기업이 함께 기금을 함께 조성해 강제 징용 피해 배상을 하자는 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스틸웰 미 차관보 한·일 방문=징용 배상 문제 해결 없이는 11월 다자회의(ASEAN+한·중·일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이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건넨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는 ‘가능하다면 곧 둘이 만나 미래지향의 양국 관계를 위해 논의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친서엔 정상회담이라는 단어나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은 한국 측이 환경을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도 이날 “일본은 어느 정도 해결안 같은 게 마련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쭉 갖고 있다”며 “이를 잘 알기에 이번 총리 방일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있다. 한·일 문제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양국 방문이다. 그는 일본엔 10월 25~27일, 한국엔 11월 5~7일 방문한다.

서울=차세현·유지혜 기자, 일본=윤설영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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