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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재앙인가 구원인가···'리얼돌' 공장 직접 가봤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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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한 리얼돌 공장. 리얼돌 몸체가 나란히 걸려있다. 신윤아 인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한 리얼돌 공장. 리얼돌 몸체가 나란히 걸려있다. 신윤아 인턴

“가슴이 매우 큰 140cm의 글래머 스타일의 리얼돌. 반짝이는 입술이 포인트”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리얼돌 제조 공장 벽면에 붙어있는 문구입니다. 리얼돌 수입허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밀실팀이 지난 18일 리얼돌 제조 공장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리얼돌 논란'을 한눈에 정리하고 싶다면, 기사 하단을 참고하세요!)

한국엔 리얼돌 공장이 총 네곳 있는데요. 그중 한 곳을 운영하는 배성열(51)씨를 만나 리얼돌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리얼돌 논란에 대해 제작공장 사장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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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400만원짜리 리얼돌, 어떻게 만드나 보니

오전 10시 직원 3명이 분주하게 리얼돌의 형태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공장 곳곳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각양각색 리얼돌 틀들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성인 여자의 허리쯤에 오는듯한 크기의 리얼돌틀도 있었고, 가슴이 F컵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인 주조 틀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틀에 관절 역할을 하는 철사 뼈대를 넣고 TPE소재를 부은 후에 굳히면 대략적인 리얼돌 형상이 완성되는데요. 직원들은 이 형상을 열기구로 다듬어 매끄러운 피부로 재탄생시킵니다. 만져보니 사람의 피부를 최대한 구현했다기보단 성인용품의 기능에 맞춰 더 부드럽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손가락과 발가락은 사람의 형태를 구현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잘 휘어졌거든요.

<제8화> 리얼돌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리얼돌 공장 #"머리색·가슴 크기 등 선택 가능해" #‘리얼돌 사기’까지 등장해 #‘여성인권 침해’ 논란도 여전

이 업체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은 하나에 200만원 선에서 400만원 정도입니다. 눈썹도 한 올 한 올 심었다는 ‘고퀄리티’의 리얼돌 머리는 하나에 250만원까지도 합니다. 리얼돌 하나를 만들려면 두 사람이 달라붙어 꼬박 이틀을 작업해야 한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직접 보고 고르기 위해 공장 한쪽에 마련된 전시관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배씨는 “얼굴, 눈 색깔, 머리색, 가슴 크기 등 모두 선택할 수 있다”며 “소위 가슴이 큰 ‘야한 여자’가 팔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소비자 취향은 각자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기능으로만…우려는 진행 중 

“상품에까지 여성인권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합니다.”
배 사장은 리얼돌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인 여성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를 쳐다만 봐도 성추행일 정도로 우리나라 여성인권이 강화됐다”며 “리얼돌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성인용품 기구일 뿐”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남성신체 부분을 본뜬 여성용 성인용품도 있는데 리얼돌만 여성인권 침해라고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주장인거죠. 밀실팀이 방문한 공장에서도 여성을 위한 리얼돌인 ‘남성 리얼돌’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리얼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전신’을 그대로 본뜬 리얼돌과 여성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기능으로만 ‘최적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리얼돌 사은품엔 리얼돌의 내부를 사람의 온도처럼 높여줄 수 있는 열스틱도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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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성인용품을 연구해 왔다는 배씨는 “장애인, 성소수자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그는 리얼돌이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성인용품 사용이 늘수록 성폭력도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밀실팀이 찾아본 결과, 이런 연구결과는 없었습니다. 여성학자 이은숙 박사는 “마치 성매매 여성들이 없어지면 성폭력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죠.

리얼돌이 중증장애인의 성욕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리얼돌이 장애인이나 성관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의학 용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일반인이 여성의 전신을 그대로 재현한 리얼돌을 사용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유희와 호기심으로 리얼돌에 관심 갖게 된다면 여성을 사고팔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고요.

조윤숙 장애인 푸른아우성 대표는 “리얼돌 수입은 찬성하지만 장애인을 위해서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장애인들의 욕구를 정당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차별적인 시선을 만들어낸다”고 말했습니다.

6월 대법원 판결로 합법성이 인정된 리얼돌은 얼굴 없이 몸체만 있는 형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에선 ‘리얼돌 판매 사기’까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리얼돌 수입업자인 척 약 200만~400만원 거금만 받고 사라지는 거죠.

리얼돌 수입 금지 청원이 26만여명의 동의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입을 허용해달라”는 청원도 45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어떤 리얼돌은 수입이 가능하고, 어떤 리얼돌은 수입할 수 없는지 그 기준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고요. 국내에서 제작되는 리얼돌도 유아 모양을 본뜬 리얼돌이 유통 가능한지 등 기준도 없는 상황입니다. 밀실팀이 만난 ‘리얼돌 사장님’ 배씨는 “무엇을 아동 리얼돌로 볼지 등 규제가 정해지면 규제를 따르겠다”고 했는데요.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 리얼돌을 들고나와 “리얼돌 산업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뒤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죠. 이런 진통을 겪는 건 리얼돌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 안 이뤄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리얼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최연수·김지아·편광현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밀레니얼 실험실 인스타그램 @milsil.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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