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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8경인 줄 몰랐다” 농어촌공, 임진적벽 훼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기도 파주 ‘임진강 8경’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주상절리(수직 절벽)인 ‘임진적벽’이 공공기관에 의해 훼손돼 물의를 빚고 있다.

환경단체 “공사중단·복구” 요구

지난 21일 오후 찾아간 파주시 적성면 장좌리 높이 20m 정도의 임진강 임진적벽 구간의 상단 10여m 구간 현무암 수직절벽이 훼손돼 있었다. 이곳 20m 아래 강변 바닥에는 떨어져 내린 대형 현무암 바위들이 널려 있는 상황이었다. 아래쪽 주상절리에는 흙더미와 현무암 바위, 수목 등이 뒤덮고 있었다.

공사로 파괴된(점선) 파주시 임진강 임진적벽을 21일 어민이 지목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공사로 파괴된(점선) 파주시 임진강 임진적벽을 21일 어민이 지목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어선을 몰아 현장을 안내한 어민 이영희(59·파평선단장)씨는 “임진강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50만 년 전에 형성된 임진적벽이 지난 15일부터 파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민들은 뒤늦게 주상절리 파괴현장을 발견한 뒤 공사업체와 파주시에 항의하고 파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공사중단 및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근 포천시 등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주상절리 등 한탄강 지질자원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것과 비교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에 따르면 이번 일은 1973년 준공 이후 40년 이상 지난 장파양수장을 보수해 재사용하기 위한 사업 과정의 진입로 조성 공사로 빚어졌다.

이와 관련, 파주환경운동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파주시·환경부·문화재청 등은 시급히 임진강 파주 구간의 적벽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한국농어촌공사는 현재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아미리 임진강에서도 주상절리를 훼손하며 양수장 조성공사를 벌여 환경 파괴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볼 때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주상절리와 임진적벽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해당 구간이 임진적벽 구간인지 몰랐고, 설계대로 공사했던 것”이라며 “현재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임진적벽이 아닌 구간으로 공사 진입로를 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적벽은 12만~50만년 전 북한의 강원 평강군 부근 오리산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무암 지대에 임진강이 흘러 침식 현상이 나타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수직 절벽이다. 해질 무렵 붉은 저녁노을이 임진강에 반사돼 수직 절벽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기에 ‘적벽’이라고 불린다. 임진적벽은 문산읍 임진리와 적성면 어유지리의 8개 구간 18㎞에 걸쳐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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