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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美상의 회장 “CEO한테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어기면 감옥 가라니...한국은 너무 큰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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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법이 많다. 한국에선 직원이 1만 명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여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으면 감옥에 갈 위험이 있다. 미국에서도 직장 내 갑질을 금지하지만, LA지사의 갑질 문제로 시카고에 있는 본사 CEO를 처벌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 CEO에게 너무 리스크가 큰 규제다.”

한경연, 주한 미국ㆍ유럽상의 초청 좌담회 #'한국에만 있는 갈라포고스형 규제'에 쓴소리

한국에 진출한 미국ㆍ유럽 상공회의소가 한국의 ‘갈라파고스형 규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국제 표준과 거리가 먼 한국식 규제 때문에 외국 기업이 한국 법을 지키는 데 드는 준수 비용(Compliance cost)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형 규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형 규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21일 제임스 김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Korea) 회장과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제목의 특별좌담회에서다.

제임스 김 암참코리아 회장은 지난 7월 국내서 시행된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76조)’에 대해 “이건 정말정말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암참코리아는 사전에 한경연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해당 법을 “CEO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문제인데도 CEO가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여러 사례 중 대표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규제를 도입할 때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이더 ECCK 사무총장도 “한국에만 있는 표준이나 규제가 굉장히 많다”며 “준수 비용이 비싸질수록, 외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해외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수입자동차의 주행거리당 온실가스(CO2) 배출량 기준을 통과하려면 해외에서 그동안 했던 실험이 있어도 모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독일에서 더 높은 기준으로 테스트한 데이터가 있어도 한국에선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어 혁신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선 국제 표준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노동시장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좌담회를 진행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난 10년간 한국이 유치한 외국인투자는 1500억달러에 불과했는데, 한국 기업은 해외에 나가서 3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50만개의 일자리를 해외에서 만들었다”며 “이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어 해외로 나가는데도 국내 노동환경을 어렵게 하는 규제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한경연 원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특별좌담회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한경연 원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제임스 김 암참코리아 회장은 “한국의 노동시장은 많은 분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중요한데, 경직된 노동시장에선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고 호응했다. 그는 국내에서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주52시간제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 같은 외국 기업은 주52시간제를 도저히 적용할 수 없다“며 “이런 점을 지난 3월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전달했고 고용노동부가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상의 하이더 사무총장도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 모두 윤리적으로 다 좋다”며 “그런데 사업적으로 보면 기업이 준비하고 적용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이 외국기업의 투자처로서 여전히 매력적인 점은 IT인프라와 인적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미국 기업이 여러 아시아 시장을 평가할 때 중국ㆍ싱가폴ㆍ일본을 한국의 주요 경쟁 상대로 볼 것”이라며 “한국의 경쟁우위는 뛰어난 IT 인프라와 인적자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먼저 상품 판매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전세계로 나가려는 외국 기업이 많다"며 "한국은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한국은 더이상 제조ㆍ생산 부분에서 투자가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보면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 인도네시아가 가장 높은 외국인직접투자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1953년 국내 최초의 외국 상공인 단체로 설립된 이후 현재 800개 회원사가 가입된 최대 외국기업 단체다. 회원가입에 국적 제한은없지만 회원사 중 71%가 미국(57%)을 비롯한 외국 기업이다. 제임스 김 암참코리아 회장은 한국에서 야후코리아ㆍ한국마이크로소프트ㆍ한국GM 대표를 지냈고 2014년부터 암참코리아 회장을 맡고 있다.

※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2012년 국내 설립돼 지난해말 기준 약 35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다. 회장은 드미트리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 하이더 사무총장은 바이엘 한국 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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