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낙연 방일 전 조세영 극비 도쿄행···절충안 타진 관측

중앙일보

입력 2019.10.21 17:00

업데이트 2019.10.21 20:43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서 만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서 만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차 22~24일 일본을 찾는 데 앞서 20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도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1일 “조 차관과 김 국장이 20일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인사 등을 두루 만나고 온 것으로 안다”고 본지에 말했다. 이 총리 순방을 불과 이틀 앞두고, 조 차관과 김 국장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미리 일본을 찾았다는 점에서 방일에 앞서 막판 물밑 조율을 시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차관 일행의 도쿄행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를 하고 간 지 불과 나흘 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강제징용 판결,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양국의 현안을 놓고 정부가 일본에 모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아베 총리와 면담 앞두고 막판 조율 관측
강경화 외교 “일본과 진지한 협의 보고 받아”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의원의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뉴스1]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의원의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 총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간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데,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 차관의 방일은 사전에 아베 총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조 차관 일행의 방일을 확인하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다양한 레벨에서 협의한다는 취지에서, 총리 방일을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다녀온 것은 확인 드린다”며 “(일본 측과) 진지한 협의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앞서 문 대통령의 친서 초안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엔 “통상 저희(외교부)가 초안을 작성한다.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비공개 사전 방일까지 이뤄졌지만 한·일이 이 총리 방일을 통해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접점을 찾았는지는 불투명하다. 외교가에선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관계가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면담으로 쉽게 풀릴 거란 전망이 많지 않다. 현재 한·일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두고 피해자들이 동의하는 방안, 즉 ‘1+1(한·일기업 공동기금 조성)’안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한 일본 소식통은 “이 총리를 맞는 일본 내 분위기는 한마디로 냉담하다”며 “강제징용 판결로 이르면 내달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총리의 설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내달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실시될 경우 일본에선 전략물자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금융 제재 카드를 빼 들 거란 게 주된 기류”라면서다.
반면 사안에 밝은 청와대 인사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도 ‘피해자 중심주의’ 해결 입장이 명확하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이런 저런 제안을 했는데, 일본이 꿈쩍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선 일본의 양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일파인 이 총리는 누구보다 이 간극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일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일각에선 이 총리가 한·일 기업에 더해 플러스 알파로 한국 정부가 자금을 내는 이른바 ‘1+1+α(알파)’안을 중심으로 일본을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뉴스1]

청와대 인사는 “이 총리의 방일 결과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연동되지 않겠느냐”며 “사안이 쉽지 않은 만큼 연말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월 말 한·중·일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한·일정상회담 추진 여부와 관련해 “정상 차원의 회동이 가능하려면 일본의 전향적 태도와 (회담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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