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대통령인 저부터 우리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종교지도자께서 더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국민 통합이라는 면에서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많은 분야에서 통합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크게 진척은 없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라든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라든지 개혁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었던 그런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것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건을 염두에 둔 듯 문 대통령은 "이번에 우리에게 또 하나 소중한 기회가 된 것은 국민들 사이에 공정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왔고 나름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의 기준은 더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안에서 어떤 불공정한 요인이 내포돼 있는지 찾아내고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건강한 논의' 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전히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가운데 정치 공방만 계속되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더 높아지고,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돼있는 불공정까지 모두 다 해소해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이다. 우리 정치가 아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며 "종교인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원행 총무원장을 비롯해 이홍정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 7명 참석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