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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DLF는 도박… 이를 만든 금융사가 더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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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원금 전액 손실 사태까지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도박에 비유했다. 독일 국채금리 등의 등락에 따라 투자자 수익 및 손실여부가 결정되는 이 상품이 국가 경제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과 투자자들 간의 분쟁에 대해선 은행 측의 책임을 더 강조했다.

"DLF는 겜블 만든 것…따지고 보면 괜한 일 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한 윤 원장은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해외금리 연계 DLF에 대해 "일종의 겜블(도박)을 이 사람들(금융회사)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DLF 기초자산을 보면 독일 국채금리라고 하지 않나, 그게 마이너스 어느 정도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하고 높으면 투자자가 (수익을) 먹고 이런 건데, 사실 따지고 보면 괜한 일을 한 것"이라며 "금융활동을 함으로서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도 말했다.

윤 원장은 "일종의 겜블을 이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금융회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투자자가 자기 책임하에 투자했다고 해도, 더 중요한 책임이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 금융회사에 있다"고 말했다.

해외금리 연계 DLF는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에서 약 8000억원 규모로 팔렸다. 일부 투자자의 경우 상품에 연계된 금리 하락으로 원금을 모두 날리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들 은행에서 DLF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은행 측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배상 여부는 다음달 열리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 절차를 거쳐 중재될 예정이다. 두 은행은 분조위 조정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분조위, 70% 이상 배상비율 적용해야" 지적엔 "검토하겠다"

분조위는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배상비율을 정한다. 200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당시엔 투자경험이 없는 노년층에 대해 최대 70%의 배상비율을 권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DLF의 경우에도 분조위가 사안에 따라 최대 70%까지의 배상비율을 권고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DLF 투자자에 대해 70%를 상회하는 배상비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원장에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경우 분쟁조정 후 변호사 비용 등을 들여 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적어도 피해액의 70% 이상은 (배상비율로) 조정이 돼야 소송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윤 원장은 이에 "저희 나름대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면서 "70%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단순 판매시점 문제뿐 아닌 '체계의 문제'도 보상으로 연결"

DLF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할 때 개별 건의 계약 당시 상황에 더해 은행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려하고 이를 배상으로까지 연결시키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 문제를) 검사하는 과정을 보면 개별 건의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는 거 같다"며 "그러면 사실상 불완전판매 입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지 개별판매 말고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접근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굉장히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한 판매시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은행의)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과정에서 이를 보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 고민해보겠다"고 답변했다.

DLF 전체 88.8%는 최고수익이 연 3~4%대

21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하나ㆍ우리은행 DLF 최고수익 금리대별 현황'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DLF 가운데 최고수익이 3~4%대인 상품은 판매액 기준 전체의 88.8%에 이른다 [김병욱 의원실]

21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하나ㆍ우리은행 DLF 최고수익 금리대별 현황'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DLF 가운데 최고수익이 3~4%대인 상품은 판매액 기준 전체의 88.8%에 이른다 [김병욱 의원실]

한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하나ㆍ우리은행 DLF 최고수익 금리대별 현황'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DLF 가운데 최고수익이 연 3%대인 상품은 총 1485억원(574건)으로 전체의 19.47%였다. 최고수익이 연 4%대인 DLF 상품은 총 5287억원(2575건)으로 전체 판매액의 69.33% 를 차지했다. 최고수익이 연 3~4%대인 상품은 판매액 기준 전체의 88.8%에 이른다.

김병욱 의원은 "금융사들은 DLF 설계ㆍ판매ㆍ관리 명목으로 리스크 없이 6개월간 최대 4.93%의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고객이 원금 손실의 부담은 다 안으면서 수익률은 연 3%대 밖에 되지 않는 상품도 있다"며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하나은행, DLF 전수조사 파일 삭제ㆍ은닉"

이날 국감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지성규 행장의 지시로 두차례 전수조사를 진행했다가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서자 이를 삭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동성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하나은행이 삭제한 자료와 관련한 질문에 "크게 2개 파일이 있다. 1차 전수조사, 2차 전수조사 파일"이라며 "(피해자) 손해배상을 검토하기 위해 전수조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원장보는 이어 "지성규 은행의 지시로 1차, 2차에 걸쳐 전수점검한 결과를 담은 자료가 삭제됐다"며 "금감원이 발견하기 전까지 은닉했고, 고의로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DLF 검사에서 금융보안원 협조를 받아 하나은행의 관련 자료 삭제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삭제된 자료는 대부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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