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가 인사팀 몰래 말하는 연봉·복지 썰(이야기)’ ‘팀장님 허락받고 올리는 직장인의 하루 브이로그’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 전형에 합격해 인·적성 시험을 앞둔 취업준비생 유시원(25)씨는 책상에 앉으면 이런 유튜브부터 찾는다. 유씨는 “비싼 인·적성 인강(인터넷 강의)보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5분짜리 짧은 문제풀이 영상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에는 현직자의 직장생활이 담긴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상을 의미한다)를 본다. 유씨에게 유튜브는 취준 생활의 든든한 조력자다.
유튜브 보며 희망 키우는 취준생
유튜브가 취업 시장 대세다. 취준생이 연봉비교표만큼이나 유튜브를 찾는 시대가 됐다.
기업도 젊은 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한화는 계열사의 젊은 직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H로그(한화의 H와 브이로그를 합친 말)’를 매달 1회 이상 제작하고 있다. 현직자가 자신의 직무를 그대로 보여주는 브이로그 영상의 조회수는 약 12만회부터 많게는 39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소재도 다양하다. 처음 연수원에 간 신입사원의 하루부터, 일반 취준생에게 생소할 수 있는 화학 공장 엔지니어의 하루 등을 영상에 담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인 사업 특성 때문에 많은 취준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이를 활용하는 취준생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이 브이로그에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유씨는 “현직자가 나오는 영상을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며 “자기소개서에서 ‘입사 후 포부’ 항목을 쓸 때나 면접에서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줄 때, 브이로그에서 봤던 내용을 참고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부터 계열사 막내 직원을 주인공으로 한 ‘스키노맨(SKinnoMan)’ 브이로그 영상에서 ‘채용 족보’ ‘입사 꿀팁’ 등을 제공하며 최근 조회수 38만회를 넘겼다.
지난달 신입 공채를 시작한 삼성SDI도 유튜브 채널에 올린 브이로그의 누적 조회수가 40만회를 넘으며 취준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제조업 특성상 기업 이미지가 보수적이거나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취준생과 더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어서 유튜브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브로 진화하는 채용설명회
기업 채용설명회도 ‘유튜브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채용설명회가 생중계되는 방식이 인기다.
SK텔레콤·한미약품뿐만이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도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라이브 채용설명회를 진행한 금감원의 노영우 인사운영팀장은 “과거에는 서울의 주요 대학이나 지방의 거점 대학에 직접 가서 채용설명회를 했는데, 비용을 많이 들여서 가도 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취준생도 현장에 와야만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 팀장은 “영상을 인터넷에 남겨놓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라이브 채용설명회는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구직자의 질문에 인사담당자가 바로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기소개서에 학과를 밝혀도 되나요?’ ‘면접에 PT(프레젠테이션) 면접도 포함되나요?’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이 있나요?’ 등 채용공고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내용을 인사담당자가 즉석에서 답하는 식이다.
유튜버 영입하는 취업포털
유튜브는 취업 정보를 독점하는 취업포털을 대체하는 중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준생 3명 중 1명꼴로 취업 준비를 위해 유튜브 등 개인방송을 보고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취준생 92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취준생 30.8%(중복응답)가 이같이 답했다. 취준생 24.4%는 ‘기업의 SNS 채널이나 채용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취업포털도 유튜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업정보사이트 진학사캐치의 유튜브 채널 ‘캐치TV’는 최근 구독자 5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대기업 퇴사자 출신 크리에이터 철수(본명 김태진)가 기업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회사의 장단점을 보여주는 영상이 취준생과 직장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 3년 동안 유튜브 채널을 키워온 진학사캐치는 올해 크리에이터 3명을 추가 영입했다. 캐치TV는 이들과 함께 더 많은 취업 관련 영상을 제작해 내보낼 계획이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글·사진보다 영상 미디어가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Z세대는 정보 검색을 위해 유튜브를 가장 먼저 찾는다”며 “유튜브가 젊은 세대에게 가장 신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취업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