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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소리에 그저 슬퍼했던 지영이…영화에선 다르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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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2년생 김지영’의 주연 정유미는 ’지영의 삶이 육아 혹은 경력단절 여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든 어딘가에 갇힌 듯하거나 상처받을 때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의 주연 정유미는 ’지영의 삶이 육아 혹은 경력단절 여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든 어딘가에 갇힌 듯하거나 상처받을 때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울진 않았고 마음이 몽글몽글했어요. 시나리오 봤을 때만큼의 느낌이 전달된 것 같아서 감사하고 다행이죠.”

‘82년생 김지영’ 주연 정유미 #출연 결정 후 악플에 시달리기도 #원작보다 입체적 묘사 돋보여

23일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의 주연 배우 정유미(36)가 첫 시사 후 들려준 감상평이다. 영화는 2016년 출간돼 ‘페미니즘 소설’로 불리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 소설이 토대다.

여성의 굴레를 호소하는 데 집중했던 원작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진 주변 인물, 위로에 초점 맞춘 결말이 돋보인다.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정유미를 만났다. 그는 ‘페미니즘 영화’에 출연한다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원작 소설부터 논란이 컸던 작품이다. 제안 받고 부담감은 없었나.
“그때 받은 여러 시나리오 중 제일 내가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욕심나도 투자가 안 되거나, 주연 자리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피한 작품도 있는데 이 작품은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영화 속에서 지영은 언젠가부터 가끔 ‘다른 사람’이 된다. 친정엄마, 외할머니, 대학 선배…. 주변의 여성들에 빙의한 듯 속의 말을 쏟아낸다. 영화는 그런 장면을 평범한 일상의 한 순간처럼 표현한다.

‘82년생 김지영’ 주연 공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주연 공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빙의될 때 연기 톤은 어떻게 잡았나.
“확 (과장되게) 하면 흐름을 오히려 방해할 것 같았다. 감정을 전하는 게 먼저였다. 지영의 입을 빌려서 엄마나 외할머니, 친구가 하는 이야기인데, 지영의 마음속에 늘 있었던 감정이라 생각했다. 어릴 적 지영이 (오빠들을 공부시키느라 대학을 포기한) 엄마한테 ‘선생님 되고 싶었는데 왜 안 됐어?’ 묻는 장면이 되게 인상 깊었는데, 그런 것이 켜켜이 쌓여 있다가 커서 힘든 상황이 닥치니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여러 번 촬영하며 와 닿는 톤을 찾아 나갔다.”
촬영하며 원작 소설을 자주 읽었다고.
“시나리오보다 묘사가 더 세밀한 장면들이 있다 보니 매일은 아니고 막막할 때. (웃음) 성경책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고 가면 뭔가 쓱 오는 느낌이 있었다. 다른 작품 때도 촬영에 집중이 좀 안 되면 전날 밤에 시나리오를 대사·지문까지 손으로 옮겨 적곤 한다.”
가장 공감했던 순간은.
“특정 순간보단 일단 나부터 돌아봐야겠다, 나는 괜찮은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지영의 삶이 육아 혹은 경력단절 여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든 어딘가에 갇힌 듯하거나 상처받을 때가 있지 않나.”
‘82년생 김지영’ 주연 정유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주연 정유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론 지영이 등 뒤에서 ‘맘충(아기 엄마를 비하하는 말)’이라 수군대는 사람에게 "왜 다른 사람을 상처 주려 애쓰냐”고 일갈하는 순간을 들었다.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기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라며 슬퍼했던 ‘소설 속 김지영’이 영화에 와서 달라진 모습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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