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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곰비임비’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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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좋은 일이 곰비임비 생긴다.”

이 말에서 쓰인 ‘곰비임비’는 무슨 뜻일까요?

ㄱ.간혹 ㄴ.(곰처럼)느리게 ㄷ.어쩌다 ㄹ.계속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봄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다양한 과일이 익는 등 먹을 것이 쌓이는 계절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저절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계절입니다. 이렇게 물건이 거듭 쌓이는 것을 ‘곰비임비’라고 합니다.

어떤 일이 계속해 일어나는 경우에도 ‘곰비임비’라는 말을 씁니다. 즉 ‘곰비임비’는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부사어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정답은 ‘ㄹ.계속’입니다.

‘곰비임비’는 지금은 자주 쓰이지 않는 낱말이 됐지만 가게 이름이나 카페·사이트·동아리 등의 명칭으로 종종 사용되는 말입니다. 가끔 이 말을 대하면서 무슨 뜻인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을이 되니 곡식이 곰비임비 쌓인다” “경사스러운 일이 곰비임비 일어난다” “홧김에 곰비임비 술을 들이켰다” 등처럼 쓰입니다.

옛말은 ‘곰븨님븨’ 또는 ‘곰븨임븨’라고 합니다. 충청도에서는 ‘고비임비’ ‘곰배임배’나 ‘검비검비’라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평안북도에서는 ‘곰배님배’라 하기도 한다는군요. 표준어는 ‘곰비임비’입니다.

‘곰비임비’는 사라져가는 낱말이지만 어딘지 정겹게 들려오는 순우리말입니다. 운율과 리듬감도 좋습니다. 요즘 신조어와 외래어, 국적 불명의 말이 난무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럴 때 ‘곰비임비’와 같은 순우리말을 살려 쓰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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