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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저 월담 대학생 7명 영장 청구…경찰 "엄정 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들어가 농성을 벌인 대학생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전원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미국 대사관저에 침입한 대학생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은 연행된 19명의 대진연 소속 학생 중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 중 2명에 대한 영장 청구를 반려했다. 이들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 및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가 반려된) 2명에 대해 체포 시한 내에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은 없다"며 "불청구 사유 등 자세한 수사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 10명은 지난 19일 석방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도 계속해 불구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캡쳐]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캡쳐]

한편 20일 오전 11시 무렵 대진연 소속 학생 10여명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된 학생들의 전원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다음 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앞두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의 약 5배인 6조원을 제시하며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뿐만 아니라 훈련, 가족 관련 비용까지 다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이에 대해 주한 미 대사 해리 해리스에게 직접 항의방문을 하기 위해 미 대사관저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학생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무리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을 규탄한다. 경찰은 당장 남이 있는 9명의 대학생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대진연 소속 학생들은 지난 18일 오후 3시 무렵 사다리 2개를 이용해 3m 높이의 담벼락을 넘어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 들어갔다. 이들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주한 미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규탄하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며 1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였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청와대 행사에 참석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美 대사관 진입…의원 협박소포 등 계속 논란 벌여

올해 대진연은 미국 대사관저 말고도 여러 군데 난입을 시도했다. 지난 1월말 대진연 회원 5명은 광화문 KT본사 건물 인근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미 대사관 정문 진입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7월 9일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 사무실 앞에서 26명이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내 후지TV 한국지부 사무실에 대진연 회원 3명이 들이닥쳐 후지TV 로고와 욱일기가 그려진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이를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또 비슷한 시기 정의당 운소하 의원에게 협박소포를 보낸 대진연 소속 회원이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독도훈련 간섭하고 일본편 드는 미국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에 올랐다가 대진연 소속 회원 7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대진연, “자한당 청산해야”

대진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주년인 지난 해 3월 대학생당 등 3개 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출범식에서 대진연 측은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부족하다며 적폐청산·자한당 청산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가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인천. 광주·전남, 부산·경남 등 지역단위별 조직을 운영한다. ‘내일’이란 노래단과 427통일축구단 도 운영한다.

최근 대진연 측은 서초동 ‘조국수호’집회에도 나섰다. 지난 5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김한성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일부 대학들의 조국 사퇴 촛불집회에 대해 분노한다”며 “촛불에 이익되는 세력은 자한당과 적폐세력이며 이들은 검찰개혁을 막고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한 몸이 됐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찰 "대사관저 경비, 1개 중대 추가 배치"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불법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미 대사관저 경비 강화를 위해 기존 의경 2개 소대에 경찰관 1개 중대를 추가 배치했다. 또 미 대사관 측과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하고, 사다리나 밧줄을 이용한 침입을 차단하는 방법도 마련할 방침이다.

난입 당시 여경 출동을 기다리다가 저지가 늦어졌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 서울청 관계자는 “대사관저에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출동한 경찰이 마음대로 (대사관저에) 진입할 수 없어, 대사관 측과 협의과정이 필요했다”며 “관저 진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내부 상황을 파악해보니 여성 집회 참가자 연행이 필요해 광화문 주변 등에 대기하는 여경기동대 측에 여경 인력(약 30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관저 난입)상황 발생시점부터 따지면 여경 도착까지 35분 정도 걸렸지만, 여경 요청은 그보다 늦은 시점인 관저 진입 협의과정에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관계자는 “대사관저 추가 경비를 위해 충원된 1개 중대(약 80명)는 모두 남성으로, 여경 충원은 상황에 따라 추가로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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