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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인 '그놈' 사형집행 하려면 돈을 내야한다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70)

지난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부터 폐막작 ‘윤희에게' 까지 전 세계 85개국에서 출품한 299개의 영화가 영화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저에게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남다른 의미입니다. 5년 전 직접 스태프로 참여해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봤기 때문입니다. 이후 오랜만에 관객의 입장에서 방문해봤는데요. 일하는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옛날 생각도 하고 또 일할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번 영화제에서 사전 정보 없이 4편의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4편 모두 다른 나라에서 만든 영화였습니다. 각양각색 매력 있었던 영화를 본 순서대로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이야기해볼 영화는 이란 영화 ‘디아파종' 입니다.

딸 죽인 범인을 용서하라고? 영화 ‘디아파종’

은행에서 일하는 라아나는 딸 호다를 홀로 키우며 사는 싱글맘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공부 잘하는 딸까지. 둘 뿐이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은행에서 일하는 라아나는 딸 호다를 홀로 키우며 사는 싱글맘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공부 잘하는 딸까지. 둘 뿐이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은행에서 일하는 50세 라아나는 딸 호다를 홀로 키우며 사는 싱글맘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공부 잘하는 딸까지. 둘 뿐이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모녀입니다.

호다는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해 친구들과 놀이동산에서 생일 파티를 하기로 합니다. 라아나는 딸이 혼자 나간다는 게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딸이 바라는 일이니 허락해줬죠.

호다와 친구들은 놀이동산에서 즐겁게 지내는데요. 이동 중 친구 라즈카반이 집에 거짓말하고 놀이동산에 온걸 오빠 라지안에게 들키게 됩니다. 호다는 일방적으로 동생을 끌고 가려던 라지안을 말리다 불의의 사고로 그 자리에서 죽게 되죠.

하루아침에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은 라아나는 살아도 산 게 아닌 일상을 보내는데요. 이 와중에 라지안에게 마땅한 벌을 주기 위해 재판에 나섭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변호사와 현장에 있던 친구들의 증언으로 라지안에게 사형이라는 형벌이 내려지게 되죠.

하나뿐인 딸 호다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라아나. 딸이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한다기에 마지못해 허락해줬지만 그게 딸을 보는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하나뿐인 딸 호다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라아나. 딸이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한다기에 마지못해 허락해줬지만 그게 딸을 보는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형이 집행되는 줄 알았던 어느 날 라아나는 판사에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란의 형법상 집에서 가장 노릇을 하던 라지안의 사형을 집행하려면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말이었죠.

자기 딸을 죽인 살인범에게 벌주려면 돈을 내라니. 우리나라에서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이란의 법이라니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쨌든 라아나는 형 집행을 위해 차도 팔고 대출도 받아 돈을 마련하는데요. 세상은 그에게 살인범을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살인범이 가장이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이 기가 막힌 상황 속에서 피해자였던 라아나는 졸지에 가해자가 돼버립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게 실제 존재하는 법이고 사람들의 생각이 엄마보다는 살인범의 편이라는 게 답답했는데요. 이란 사회에서 아직도 가부장적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고 여성이 살기 힘든 사회의 부조리함을 잘 꼬집어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디아파종

감독: 하메드 테라니 / 각본: 호세인 테라니 / 출연: 잘레 사메티 / 촬영: 메흐디 일베이기 / 장르: 드라마 / 상영시간: 93분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 길은 광대? 영화 ‘황소의 아들 주앙’

오지 마을에 사는 사춘기 소년 주앙은 아버지와 함께 소를 키우며 산다. 어머니는 도망갔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황소의 아들' 이라며 놀려댄다. 주앙은 하루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오지 마을에 사는 사춘기 소년 주앙은 아버지와 함께 소를 키우며 산다. 어머니는 도망갔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황소의 아들' 이라며 놀려댄다. 주앙은 하루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오지 마을에 사는 사춘기 소년 주앙은 아버지와 함께 소를 키우며 산다. 어머니는 도망갔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황소의 아들'이라며 놀려댄다. 주앙은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입이다.

이런 주앙의 마을에 어느 날 서커스단이 들어오는데요. 이 서커스단에서 새로운 광대를 뽑는다고 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지원자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오디션에 지원하는데요. 호기심에 방문했던 주앙은 서커스단 단장 섀기의 눈에 들어 오디션 없이 수많은 지원자를 제치고 새로운 광대가 됩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 키우는 일이 전부였던 수줍은 많은 사춘기 소년 주앙은 광대가 되어 이 마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서커스단 단장 섀기(왼쪽)은 주앙의 말을 유일하게 들어주는 인물이자 새로운 기회를 준다. 외로웠던 사춘기 10대 소년 주앙의 인생에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서커스단 단장 섀기(왼쪽)은 주앙의 말을 유일하게 들어주는 인물이자 새로운 기회를 준다. 외로웠던 사춘기 10대 소년 주앙의 인생에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조나스의 뒷마당 서커스'라는 다큐멘터리로 브라질 평론가와 관객에게 좋은 평을 받았던 아롤도 보르지스의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입니다. 전작의 영향인지 서커스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요.

친구 하나 없고 아버지마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외로웠던 소년 주앙에게 서커스는 자신의 삶을 바꿀 기회이자 친구였죠. 특히 서커스단의 단장 섀기는 유일하게 주앙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물입니다.

아버지와 친구들은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놀린다면 서커스단에 가서는 그가 공연에 설수 있게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니 아마 저라도 이 서커스단에게 마음이 더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참 관심받고 싶을 나이의 사춘기 10대 소년의 풋풋한 감성이 돋보이는 잔잔한 영화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타일리쉬한 인도 영화와 귀여운 여배우가 등장하는 이탈리아 영화를 소개하겠습니다.

황소의 아들 주앙

감독: 아롤도 보르지스, 에르네스토 몰리네로 / 각본: 아롤도 보르지스, 파울라 고메스 / 출연: 주앙 페드로 디아스, 루이스 카를로스 바스콘셀로스 / 장르: 드라마 / 상영시간: 91분

중앙일보 콘텐트유통팀 대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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