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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땐 상위 15%, 졸업 땐 5%의 실천공학 인재 키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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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호 02면

[양영유의 총장 열전]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이 ‘스마트 러닝 팩토리’에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로봇팔 ‘엠비덱스 ’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이 로봇팔은 산학협력으로 개발했으며 지난해 미국 전기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국제로봇 학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이 ‘스마트 러닝 팩토리’에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로봇팔 ‘엠비덱스 ’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이 로봇팔은 산학협력으로 개발했으며 지난해 미국 전기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국제로봇 학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KOREATECH)는 공학 계열·인적자원개발(HRD) 특성화 대학이다. KTX 천안·아산역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데 주변이 논밭이다. 인근에는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벌인 아우내 장터와 독립기념관이 있다. 캠퍼스가 고즈넉한 농촌에 있어 학생들은 교문 밖을 나서도 놀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4년 내내 입에 단내가 나도록 공부한다. 신입생은 100%, 전교생은 70%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생은 싫어하고 학부모는 좋아하는 대학”이란 말이 나온 까닭이다.

설립 28돌 공학계열 특성화 대학 #이론·실습 5대 5, 랩 24시간 개방 #국내 최초 5G ‘스마트 러닝 팩토리’ #삼성 등서 벤치마킹 하러 오기도 #신입생 전원, 전교생 70% 기숙사에 #올해 취업률 80%로 전국 최상위

1991년 설립돼 올해 28돌을 맞은 코리아텍은 전국에서 가장 취업이 잘되는 4년제 대학, 가장 교육을 잘하는 대학, 고등교육 패러다임 선도 대학으로 우뚝 섰다. 그 비결이 뭘까. “상위 15% 신입생을 상위 5%로 만들어 사회에 내보냅니다. 기술과 사람을 잇는 실천공학기술자를 키우는 실사구시 정신이죠. 잘 가르치는 게 대학의 기본 책무 아닙니까.”

이성기(62) 코리아텍 총장은 국내 으뜸인 실천공학기술자 양성의 비결은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차관 출신으로 올 3월 총장에 취임한 그는 “코리아텍이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시대의 대학 혁신 모델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대학에 와보니 어떻습니까.
“관료 조직은 일사불란하지만 학교 조직은 수평적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은 좀 느려요. (웃으며)그게 장점이고 자율의 원천인 것 같아요.”
실천공학기술자 양성 1등 대학의 특징이 뭔가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고 현장 지도가 가능한 교사(敎士), 즉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특성화 대학입니다. 신입생은 900명, 전교생은 4400명입니다. 산업현장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이론과 실험·실습 비중 50 대 50, 100개 랩(Lab) 24시간 개방, 실무경력 3년 이상만 교수로 채용, 타 대학보다 10~20학점 많은 졸업학점, 졸업연구 작품 의무화, 실질 학비 연간 100만원이 특징입니다.”
실제 등록금 부담이 1년에 100만원밖에 안 됩니까.
“한 학기 등록금은 공학 계열 6개 학부가 238만원, 유일한 인문사회 계열인 산업경영학부가 167만원으로 일반 사립대의 절반입니다. 1인당 장학금이 연간 394만원으로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이 90%를 넘어요. 그걸 감안하면 실제론 1년 학비가 100만원인 셈이죠.”

학생은 싫어하고 학부모는 좋아하는 대학

노동부의 지원으로 설립돼 정부 지원이 그만큼 많은가요.
“연간 총예산 1300억원 중 등록금 비중은 30% 정도입니다. 특성화 교육뿐만 아니라 온라인평생교육원, 능력개발교육원, 일 학습 병행대학, 직업능력심사평가원, 고용노동연수원 등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는 거죠.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평생직업교육이 갈수록 중요해져 지방대의 생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대학의 전공은 집약적이다. 공학 계열은 기계공학, 메카트로닉스, 전기·전자·통신, 컴퓨터, 디자인·건축, 에너지소재 화학 등 6개 학부가 있다. 인문사회계열의 유일한 산업경영학부는 산업경영과 혁신 경영을 공부한다. 세부 전공은 19개다.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간판의 시대는 갔습니다. 실력이 모든 걸 말합니다. 졸업 학점이 공학 계열은 150학점, 산업경영학부는 140학점입니다. 실습이 많으니 수업시간도 많죠. 3학점이 3시간이 아닌 4시간입니다. 반드시 졸업작품을 만들어 전시해야 교문 밖을 나갈 수 있어요. 인적자원개발(HRD) 부전공도 필수고요.(웃으며) 학생들이 딴 데 정신 팔 여력이 없어요.”

이 총장은 학생들이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천원의 아침’을 제공하고 있다. “기숙사는 새벽 2시에 닫고 4시에 열어요. 학생들이 아침을 잘 먹어야 하루가 든든하지요. 주말에도 세 끼를 제공합니다. 이런 대학 기숙사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실용 학풍은 탄탄한 실력과 취업률로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한 ‘2019 대학생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기계공학부 학생들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교육부 취업률 발표에서도 전국 최상위다. 올해 취업률은 80.2%로 4년제 평균 62.6%보다 17.6% 포인트나 높다.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59.4%, 중소기업 36.7%, 해외취업 1.2% 등이다.

이 총장은 코리아텍의 진짜 변혁을 보여주겠다며 올 3월 오픈한 ‘스마트 러닝 팩토리(smart learning factory)’로 안내했다. 990㎡ 규모의 팩토리에는 제품생산과 로봇교육,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연구개발 공간이 있었다.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이자 최초인 5G 기반이 특징이다. 현장은 전력선 통신기술(PLC)과 로봇, 센서, 영상, 3D 프린팅, 가상공정, 공정설계, 생산관리의 집합체였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로봇학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봇 팔 ‘엠비덱스(AMBIDEX)’도 있었다. “사람처럼 유연하고 섬세하게 움직여요. 요리·청소·서빙·재활·레저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겁니다.”

실력이 상당하네요. 팩토리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교육과정은 FMS(유연생산시스템)와 ICT(정보통신기술) 로 나뉩니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VR·AR를 종합적으로 연계합니다. 상반기에만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대기업과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1000여 명이 벤치마킹 왔어요.”
국내 최초의 5G 통신망이 특이합니다.
“기존 4G 통신망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려 한계가 있었어요. 5G는 4G보다 전송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요. 교내에 기지국을 22개 설치해 최첨단 융합 교육 공간으로 조성했어요. 기업체와 직업훈련 교사에게도 개방합니다.”

대학생 자율주행차 대회서 종합우승도

스마트 러닝 팩토리가 커리큘럼도 바꿀 것 같습니다.
“이미 대대적으로 바꿨어요. 각 전공에서 4차 혁명 요소 기술을 교육할 수 있도록 72개 과목을 신설하거나 개편한 게 특징입니다. 융·복합 교육의 핵심인 ‘스페셜 트랙’ 5개를 개발하고, ‘스마트 러닝 팩토리’와 ‘VR·AR’ 2개 트랙을 운영 중입니다. 스페셜 트랙은 7~8개 과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5개 과목과 함께 필수인 ‘빅데이터 활용’을 이수하면 13~15학점을 받아요. 졸업 때 부전공 수준의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도 수여합니다.”

코리아텍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서 토론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80개 강좌, 현장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PBL(Project 또는 Problem Based Learning) 강좌도 20개 운영하고 있다. 한 학기 700~800개 교과목 중 15%를 문제해결형으로 바꾼 것이다. 특히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는 취업난 시대에 책상머리 교육을 퇴출시킨 산학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고용부가 전국 40여 개 대학으로 확산시켰다.

장기현장실습제가 대학가에서 화제입니다. 어떤 모델입니까.
“커리큘럼 일부를 산업체 현장으로 장기간(4~10개월) 옮긴 모델입니다. 고용 미스매치에 따른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과 과도한 스펙 쌓기를 해소하는 최적의 해법입니다. 3~4학년생의 16%인 360명이 매년 참가해요. 취업률이 일반 학생보다 6.7% 포인트나 높죠. 1인당 월 169만원의 실습비도 받아요. 실력도 쌓고 돈도 버는 것이죠.”

코리아텍은 2년 후 30돌을 맞는다. 사회에 나간 첫 졸업생들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다. 하지만 아직 리더가 많지는 않다. 이 총장은 “30주년 때 특성화 대학의 한계를 뛰어넘을 비전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기관사 → 은행원 → 공무원 … ‘뛰면서 생각’ 실천

이성기 총장은 고용부 관료 출신이다. 1989년 제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25년을 몸담았고 ‘공무원의 꽃’인 차관을 지냈다. 2남 2녀의 장남(1957년 부산 출생)으로 형편이 어려워 철도고에 진학했다. 철도청 부기관사로 3년간 일하며 주경야독으로 건국대 행정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 시중은행을 다니다 29살에 결혼한 뒤 은행원인 아내의 응원을 받으며 고시에 도전해 32살에 합격했다.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결심한 것은 꼭 책임지고 해내는 성격입니다.”

7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고용보험제도를 포함시켜 IMF 외환위기 때 실업자 보호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일생의 보람으로 꼽는다. 2012년부터 코리아텍 이사와 특임교수로 활동하면서 ‘교학상장(敎學相長)’과 실용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고용부 차관(2017년 6월~2018년 10월)을 지낸 뒤 올 3월 총장이 됐다. 책상 앞에 ‘뛰면서 생각하자’는 문구를 붙여놓고 남보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노력형이다. 신조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감명 깊게 읽은 책은 A.J. 크로닌의 『성채(The Citadel)』.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양영유의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11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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