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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리스크 걷힌 롯데 앞엔 4년간 밀린 숙제더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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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동빈 회장

신동빈 회장

대법원이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신 회장의 상고심을 열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총수 부재 사태를 우려하던 롯데그룹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날 롯데 그룹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 집행유예 확정 이후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 박차 #5년간 50조 투자 미래먹거리 발굴 #최악 실적 유통부문 회복에 최선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풀려난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투자 등의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총수의 공백은 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다각도로 강조해 왔다. 롯데 그룹 고위관계자는 “신 회장의 부재로 위축된 투자, 지연된 계획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 지난 4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의 잃어버린 4년은 2015년 ‘형제의 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촉발한 경영비리 수사에 바로 이어진 국정농단 수사, 예상을 깬 실형 선고로 총수가 법정 구속되면서  롯데의 지난 4년은 가시밭길이었다. 8개월 형을 살고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신 회장은 경영복귀 일성으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경영 정상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고 2023년까지 각 사업부문을 강화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미뤄둔 그룹 숙원사업, 호텔롯데 상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일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2016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중국 단체 관광 특수가 사라진 현재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관계자는 “당초 추진된 2016년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라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 이제는 (공백) 부담 없이 시기를 타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첫 해외 일정으로 베트남 현지사업을 점검하고 올해 5월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 공장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등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이보다 더욱 많았지만 판결을 앞두고 있어 최소한으로 줄였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총수 공백이라는 걱정을 덜긴 했지만, 롯데 그룹이 당면한 상황은 좋지 않다. 특히 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유통부문의 실적이 최악이다. 경기 침체에 따라 가뜩이나 소비가 좋지 않은 가운데 7월 시작된 ‘보이콧 재팬’ 운동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고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 속한 주류부문, 롯데마트가 있는 롯데쇼핑이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롯데쇼핑이 지분 투자한 유니클로(FRL코리아) 사업도 회복 기약이 없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사태에서 시작된 누적 손실은 마트와 면세점만 따져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다.

대법원 선고에 대해 재계는 환영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판결로 롯데그룹의 경영이 정상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뇌물공여)와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을 불리한 조건으로 가족 회사에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각각 기소됐다.

전영선·문희철·이수정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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