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뭐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의 검사 인생 중 ‘가장 일하기 좋았던 시기’로 이명박 정부를 꼽았다.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오래 하셨는데 검찰에 대한 중립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인가. 그나마 중립을 보장하고 있나. (답이) 어렵냐”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급하게 말을 끊으며 “자, 총장님 좋습니다. 자 그러면…”이라며 다음 질문을 했다..
윤 총장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윤 총장은 1999년 당시 경찰 실세인 박모 정보국장을 수뢰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특수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수사권 독립 문제를 둘러싼 검·경 간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진행한 수사였다. 윤 총장은 2002년 부산지검으로 발령 난 직후 검사 옷을 벗고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같은 법인에 있던 이명재 변호사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면서 1년 만에 다시 검사로 복귀했다. 소속은 광주지검이었지만 곧바로 대검 중수부로 파견된 윤 지청장은 당시 대대적으로 이뤄진 대선자금 수사팀의 일원으로 일했다. 이후 200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발령났지만 현대차 비자금 조성 첩보를 들고 2006년 다시 중수부로 복귀(파견)했다.
윤 총장이 말한 ‘이명박 정부 때 특수부’ 시절은 그의 경력상 2009년 1월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대검 범죄정보2담당관→대검 중수2과장→대검 중수1과장 등 검찰의 요직을 순탄하게 거친 기간이다. 2012년 6월 대검 중수부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다. 윤 총장은 당시 중수1과장으로 이 수사를 이끌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3년여 동안 대구 고검과 대전 고검 등 한직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수사에 외압이 들어와 수사해도 기소를 못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맞선 게 수난의 시작이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총장은 공개적으로 “윤 후보자는 “댓글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 대놓고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는 질책을 받았다”며 “황교안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윤 총장은 “검사된 이후 지금까지 특히 2013년 국감장에서 발언한 이후 지금까지 검사로서 윤석열이 변한 게 있느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자부까지는 몰라도 정무감각이 없는 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같다”고 답했다. 주 의원이 “정무 감각 없이 검사로서 항상 동일한 원칙 동일한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정말 증거와 진실을 꽂아서 수사했다고 자부하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그러기 위해서 노력은 했다”고 답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