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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어땠길래···평양 남북축구 녹화중계도 안한다는 KB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양승동 KBS사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변선구 기자

양승동 KBS사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변선구 기자

“경기를 보면 국민들의 대북 감정이 악화될까 걱정이 돼서인가”(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에서 17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의 KBS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축구 국가대표팀의 15일 평양원정 경기의 녹화 중계마저 무산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양승동 KBS 사장이 “(북한에서 받은 영상이 초고화질이 아닌) SD(기본화질)급이고 화면 비율도 4대 3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양 사장에게 따졌다. 박대출 의원은 “화질이 정말 국민들이 볼 수 없을 정도인지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관중과 취재진 없이 치러진 데다 북한 선수들이 비신사적 매너를 보여 북한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중계를 취소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양 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화질이 안 좋으면 가공을 해서라도 중계하는 게 맞다”고 재차 강조하자 양 사장은 “뉴스에서는 (축구 경기 영상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양승동 KBS 사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 출석,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동 KBS 사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 출석,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방송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출연 패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KBS 대응도 이날 국감의 핫이슈였다. KBS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 김성태 의원(비례)은 양 사장을 향해 “자사 직원이 일개 유튜버에게 성희롱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다면 KBS 사장이 맞냐”며 “이틀이나 지났는데 공식 반응이 없다. 유시민이 KBS 이사장이라도 되냐”고 지적했다. KBS가 인터뷰 유출 논란이 일었을 땐 하루 만에 외부조사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기자 성희롱 논란은 불거진 지 이틀 동안(15~16일)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걸 꼬집은 것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도 “신체적 상해와 성희롱이 차이가 있나” “사장 주최 회의를 한 적 있나”며 “방침은 정했냐”고 양 사장을 몰아붙였다. 과방위원인 송희경 한국당 의원(여성위원장)과 한국당 여성의원들은 국감 도중에 정론관에서 알릴레오와 유시민 이사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 사장은 “이르면 내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내부 검토와 피해 기자의 동의를 구했다”며 해당 발언을 한 패널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유시민씨가 성희롱 가해자는 아니다”라고 밝혀 유 이사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수신료 징수절차를 문제 삼으며 “부당 징수한 돈은 전액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64조에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공사(KBS)에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돼있는데 “수상기를 등록하지 않은 가구에서도 수신료를 징수한 게 방송법 위반이고, 한전이 개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KBS에 제공한 것 역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는 이유다.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전 국감 종료 후 이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과방위 위원들이 'KBS 근조', '국민의 명령이다 양승동 나가레오!'등의 피켓을 노트북에 붙였다. [뉴스1]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전 국감 종료 후 이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과방위 위원들이 'KBS 근조', '국민의 명령이다 양승동 나가레오!'등의 피켓을 노트북에 붙였다. [뉴스1]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장에 ‘국민의 명령이다! 양승동 나가레오!’ ‘근조(謹弔) KBS’ 등의 유인물을 인쇄해 노트북 컴퓨터에 붙이고 나왔다. 시작부터 양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유인물을 뗄지를 두고 노웅래 과방위원장과 한국당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양 사장을 향해 “남우충수(濫竽充數, 무능한 사람이 외람되이 높은 벼슬을 차지하는 것)라는 말이 나온다. 물러날 생각은 없냐”고 주장했다.

양 사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 일부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산관리인인 프라이빗뱅커(PB) 인터뷰 논란과 관련 “(조국 전 장관에) 불리한 내용만 압축해서 나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유시민 이사장은 KBS 기자와 검찰이 내통했다고 하는데 그건 동의하기 어렵다. 회사 대응이 신중했어야 하는데 대응을 너무 서두르다가 논란을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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