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스트 김상조' 조성욱, 이번엔 LGU+의 CJ헬로 인수 '브레이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 10일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연일 ‘깐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합병(M&A)에 독과점 문제는 없는지 재차 검증하고, 대기업 ‘갑질’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조 위원장이 주재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전원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유보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지난 3월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뒤 승인을 기다려 온 LG유플러스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토할 부분이 있어 좀 더 합의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열릴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관련 전원회의에서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10일 LG유플러스에 보낸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서 인수 시 CJ헬로 유통망에서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를 판매하지 않는 조건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SK텔레콤에 보낸 심사보고서에서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 상호 교차판매를 3년가량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교차판매를 통해 독과점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16일 전원회의에선 교차판매의 부당성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규제 형평성 등을 두고 의견이 오간 끝에 결론을 미루기로 했다. 또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한 뒤 홈쇼핑 수수료를 정하거나 콘텐트를 배급할 때 기업에 대한 협상력이 지나치게 우위에 선다는 점, CJ헬로가 ‘알뜰폰’ 1위 사업자란 점 등도 쟁점이 됐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 건은 유료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형 이슈였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으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위(24.54%)를 차지한다. 1위인 KT(31.07%)와 격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다. 기존 2위였던 SK브로드밴드는 3위로 밀려난다.

앞서 지난달 25일 조 위원장이 주재한 첫 전원회의는 애플코리아의 거래 지위 남용에 대한 동의의결(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방안 제안) 수용 여부를 심의하는 건이었다.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에 아이폰을 공급하면서 광고비ㆍ무상수리비 등을 떠넘긴 ‘갑질’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당시 “자체 시정안이 미흡하다. 다시 내라”며 동의의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조 위원장이 취임 후 다룬 전원회의에서 두 번 연속 ‘퇴짜’를 놓은 모양새다.

전임 김상조 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달리 조 위원장은 취임 후 뚜렷한 행보 없이 업무보고를 받고,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잠행’을 이어왔다.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직원들에게 “일(성과)로 보여주자”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5대 그룹 한 임원은 “시장 독과점과 갑질에 대해 깐깐히 들여다보는 결정을 잇달아 내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