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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끼워넣기’ 245건 추가 적발…이병천 서울대 교수 아들 편입 취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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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뢰회복추진단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뢰회복추진단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처럼 고교생 신분으로 연구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은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린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학 자체 조사에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을 누락했거나, 이를 발견하고도 교수의 소명만 듣고 연구부정으로 판정하지 않았던 대학 관계자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15개대 특별감사 #'자녀 스펙' 만들어 대입 활용 사례 추가 적발 #대학 6곳은 자체 조사서 '미성년 논문' 누락 #5곳은 교수 말만 듣고 '부정 아님' 판정했다 들통

17일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미성년자가 공동저자로 이름 올린 논문 245건을 추가 확인하고, 이 중 15건은 연구윤리를 위반한 연구부정 행위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고교생인 아들을 부정하게 논문 공저자로 올리고 이 논문을 강원대의 편입학 과정에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교육부는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15개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대학은 강릉원주대‧경북대‧국민대‧경상대‧단국대‧부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세종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중앙대‧한국교원대다. 앞서 2017년 12월부터 세 차례 진행했던 미성년자 공동저자 논문 조사에서 대학 자체 조사가 부실했거나 대학 측이 허위 보고한 사례가 확인됐던 곳이다.

감사 결과 대학 14곳에서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115건이 추가 확인됐다. 특별감사 대상이 아닌 대학 30곳도 5월부터 자체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결과 130건을 추가로 발견해 교육부에 제출했다. 앞서 세 차례 조사에서 확인된 549건 외에 245건이 추가되면서 교육부가 지금까지 확인한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은 총 794건으로 늘었다.

교육부의 특별감사 대상 대학 중 서울대‧전북대·부산대‧경상대‧성균관대‧중앙대‧연세대 등 7곳은 소속 교수 총 11명을 연구부정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판정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해당 교수는 경중에 따라 1년간 국가연구사업 참여 제한, 경징계 또는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된다.

교육부가 미성년 공저자 논문 관련 대학 15곳의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115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교육부가 미성년 공저자 논문 관련 대학 15곳의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115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고교생인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논문은 서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로부터 연구 부정행위로 판정받았다. 교육부는 이 교수의 아들이 2015년 강원대 수의학과에 편입할 당시 해당 논문을 전형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원대에 편입 취소를 요청했다.

또한 이 교수가 아들의 편입학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부정 청탁했다는 진술이 나와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이 교수는 2014‧2015년 조카들의 서울대 수의대학원 입학에 관여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김모 교수도 논문 3편에 연구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은 고등학생 아들을 공저자로 올려 연구부정행위로 판정받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김 교수의 아들은 2009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대학의 입시자료 보존기간이 4년에 그쳐 논문의 대입 활용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아울러 미성년자인 자녀를 본인 논문에 이름 올렸으나 자진 신고 기간에 '해당 사항 없다'고 허위 보고한 경북대 A교수와 부산대 B교수에 대해 대학 측에 징계를 요구했다. 대학 자체 조사가 부실해 미성년 공저자 논문을 제출하지 못한 강릉원주대 등 7곳은 담당자 징계를 요구하거나 기관 경고 조치했다.

부산대‧성균관대‧연세대‧전남대‧한국교원대는 대학 연구윤리위원회가 발견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증빙자료 확인 없이 교수의 소명에만 의존해 '연구부정 아님'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기관 경고하는 한편 연구윤리위원장에 주의 조치하고 해당 논문을 재검증하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대학의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을 계속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발견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의 연구부정 여부를 확인한 뒤 이들의 연구를 지원한 과학기술정통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아울러 현행 3년에 그치고 있는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5년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는 논문 제출 시점부터 3년이 지나면 연구부정으로 판정해도 교수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당한 저자 표기, 표절과 같은 연구부정행위는 발생한 뒤 상당 기간이 지나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성비위 등 다른 징계 시효와 비교해 5년 또는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수 자녀의 논문 공저자 등재와 대학입시 활용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자녀의 '스펙'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간이 걸리더라고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끝까지 검증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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