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00년간 여성은 못오른 그곳, 日스모판 출사표 던진 21세女

중앙일보

입력

영국 BBC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에 일본의 여자 스모 선수의 이름이 올랐다.

'여성 출입 금지' 전통인 스모 씨름판에 #당당히 출사표 던진 21세 여자 선수 #8월 최초로 日 초등부 전국 대회에서 #여아 참여 허용하는 등 변화 움직임도

BBC는 16일 올해의 여성 100인을 공개하며 일본의 여자 스모 선수 히요리 콘(21)을 소개했다. BBC는 "남성만을 프로 스모 선수로 인정하는 일본에서 태어난 스모 신동"이라고 그를 소개하며 "그는 2018년 다큐멘터리 화제작 '리틀 미스 스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여성 스모 선수 히요리 콘(21)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리틀 미스 스모'의 트레일러 영상 일부. [사진 리틀미스스모 홈페이지]

일본의 여성 스모 선수 히요리 콘(21)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리틀 미스 스모'의 트레일러 영상 일부. [사진 리틀미스스모 홈페이지]

영국 감독인 맷 케이가 제작한 단편 다큐멘터리 '리틀 미스 스모'는 여성에게 프로 선수 자격을 주지 않는 일본 스모계의 전통에 반기를 들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 스모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히요리 콘이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스모 세계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녹여내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 런던 영화제에서 첫 시사회를 가진 뒤 영국 맨체스터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콘은 작품을 통해 "남자들은 비교적 쉽게 프로 스모 선수를 꿈꾸고 미래를 계획하지만, 여자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 훈련을 중단하게 된다"며 "이제는 여자 스모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BBC 홈페이지에 소개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 중 히요리 콘의 소개 페이지. 콘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모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BBC]

BBC 홈페이지에 소개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 중 히요리 콘의 소개 페이지. 콘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모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BBC]

일본 스모계는 1400년 가까이 '도효'라고 불리는 스모 씨름판 위에 여성들이 오를 수 없도록 막아왔다. 이 전통은 선수뿐 아니라 관객, 주최자에게도 두루 해당해 2000년에는 오사카 지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효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경기 장소 밖에서 시상식을 진행해 논란이 되었을 정도였다.

지난해 일본의 교토의 한 스모 행사장에서는 인사말을 하던 지자체장이 지주막하 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관객석에 있던 간호사가 뛰어 올라가 응급조치를 하는 데 안내 방송에서  "여성들은 도효에서 내려가 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국내외에서 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인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여성은 씨름판 위에 오를 수 없다는 전통을 고수했다는 점이 국제 사회에 충격을 안긴 것이다.

하지만 올해 8월 일본에서 도쿄에서 열린 스모 전국 대회에서 최초로 초등학생부 여자아이들의 출전을 허용하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일본 하이힐 반대 운동 '쿠투'의 창시자 유미 이시카와. '쿠투'는 일본어 '쿠츠(구두)'와 미투 운동을 합친 신조어로, 여성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하이힐 반대 운동 '쿠투'의 창시자 유미 이시카와. '쿠투'는 일본어 '쿠츠(구두)'와 미투 운동을 합친 신조어로, 여성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일본인으로는 히요리 콘 외에 유미 이시카와(32)가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시카와는 일본에서 하이힐 강제 금지 운동을 주도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일본 기업 문화는 고통스러운 하이힐 착용을 '매너'로 여기고 있다며, 하이힐을 강제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인 중에서는 1세대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00인의 여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