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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민통선에서 야생 멧돼지 6마리 사살…연천 의심신고 '음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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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내에서는 요란한 총소리가 이어졌다. 야생 멧돼지를 찾기 위해 캄캄한 밤과 새벽 시간에 서치라이트 불빛이 논밭과 도로변을 계속 비춰졌다. 엽사와 군인 저격수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포획팀은 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이동하며 야생 멧돼지를 추적했다.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논밭으로 내려왔던 야행성 동물인 야생 멧돼지들이 이곳저곳에서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일부 멧돼지는 총소리에 놀라 풀숲이나 산속으로 달아나가나 재빨리 몸을 숨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포획된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시료 채취가 이뤄진 뒤 군부대가 지정한 매몰지에 매몰 처리됐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해마루촌 주택 앞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김용옥씨]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해마루촌 주택 앞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김용옥씨]

동료 엽사 5명 등과 합동작전에 참가한 이용찬(60)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파주지회장은 “안개가 많이 끼는 바람에 앞이 잘 안 보였고, 예민한 성격의 야생 멧돼지가 대규모 포획 작전에 몸을 숨긴 등의 여파로 예상보다는 포획 성과가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통선에는 미확인 지뢰 지역이 있기 때문에 산속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논밭과 도로변 등으로 내려온 멧돼지를 포획하는 방법으로 추적했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16일 밤부터 17일 새벽에도 한 차례 더 자원봉사 차원에서 합동포획 작전에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ASF 조기 종식돼 민통선 관광 재개되길 희망”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 이완배(68) 이장은 “요즘 산에 도토리와 밤이 많이 떨어져 있어 야생 멧돼지가 덜 내려오는 것 같다”며 “민통선 내에서 지속적인 멧돼지 포획 활동이 이뤄져야 퇴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ASF가 조기에 종식돼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 접경지역 관광이 빨리 재개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현재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현재 상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민통선 마을인 파주시 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 조봉연(63)씨는 “민통선 지역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야생 멧돼지 합동포획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ASF 확산이 완전히 차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민통선 내에 넘쳐나던 야생 멧돼지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봤던 농민들과 잇단 멧돼지 출몰로 외출도 조심스러웠던 민통선 주민들이 이제야 한시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파주시가 ASF 확산 방지를 위해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파주시 민통선 내에서 실시한 민·관·군 야생 멧돼지 합동 총기 포획에서 야생 멧돼지 6마리가 사살됐다. 파주시는 군인. 엽사, 직원 등 52명으로 3개 조를 편성해 15일 오후 6시부터 16일 오전 6시까지 야생 멧돼지 총기 포획 활동을 벌였다. 파주시는 같은 방식으로 16일 오후 6시부터 17일 오전 6시까지 한 차례 더 야생 멧돼지 총기 포획에 나선 뒤 활동을 종료할 방침이다.

경기도 안전안내 문자 캡처.

경기도 안전안내 문자 캡처.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ASF가 발생한 파주(민통선 지역 제외)·연천·김포 등 3개 시·군과 인근 동두천·양주·포천·고양 등 4개 시·군 등 모두 7개 시·군을 제외한 24개 시·군에서 야생멧돼지 총기 포획에 나서 야생 멧돼지를 통한 ASF 확산을 차단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이와 관련, 지난 15일 오후 ‘ASF 확산방지를 위해 24개 시·군에서 멧돼지 총기포획을 실시 중이니 산행 시 안전에 유의 바란다’는 내용의 안전안내 문자를 경기지역에 발송했다.

이용찬(60)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파주지회장은 “민통선 지역의 야생 멧돼지를 제대로 퇴치하려면 일시적인 총기 포획이 아니라 상시적인 총기 포획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산속으로 달아나는 멧돼지 포획을 위해서는 낙엽이 진 뒤인 겨울철 총기 포획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개월을 앞두고 있는 16일 경기도 파주시 ASF 발생 양돈농가에서 살처분 후 비닐로 덮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통들이 나란히 묻혀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개월을 앞두고 있는 16일 경기도 파주시 ASF 발생 양돈농가에서 살처분 후 비닐로 덮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통들이 나란히 묻혀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와 환경부는 15일부터 48시간 동안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GOP)과 민통선 구간 내에서 야생 멧돼지 포획에 나서고 있다. 이번 포획 조치는 국방부와 환경부, 산림청, 지자체 등이 함께 진행하며 민간 엽사, 군 포획인력, 안내 간부, 멧돼지 감시장비 운용 요원 등 11~12명으로 구성된 70~80개 민·관·군 합동 포획팀이 투입된다. 대략 700~800명 규모다.

포획조치는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강원도 화천·인제·양구·고성·철원군 등 ASF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 주둔 군단장 지휘하에 주요 거점 위주로 주·야간에 실시된다. 합동포획팀 투입과 함께 야생멧돼지 포획 틀도 설치할 계획이다.

경기 연천 돼지농장 의심 신고 ‘음성’ 판정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이날 오전 ASF 의심 신고된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의 한 돼지농장은 정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ASF는 지난 9일 연천군 신서면 확진 이후 일주일간 추가 발생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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